[re] 권태..

by 지얼 posted Oct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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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그러니까 대략 80년대 초에 저도 전자 오락에 미쳐 있었죠.
그때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오락실에 있는 모든 게임을 모조리 담은 게임기는 없을까?"... 라구요. 그때 저도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적이 있었죠...
오랜 세월이 지나 그 바램은 이루어 졌습니다. 시디 한장에 500개의 지난 게임들이 모두 들어가 있으니까요...얼마전에 한 친구로부터 그 시디를 구워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그때의 바램을 좀먹은 건지 영 썰렁하더라구요...쓰리디 입체 영상이 판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 게임은 역시 구시대의 산물일 수 밖에 없는 건지....아니, 그것 보다는 매일 오락실을 들락날락하던 10대 초/중반의 느낌과 즐거움을 많이 상실한 탓은 아닐까...그렇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고등이 시절에 낙원동에 있는 음악상가에서 꽤 마음에 드는 기타를 봤었죠. 가격표가 붙어 있길래 슬쩍 봤더니 대략 8만원 정도 하더라구요...그래서 친구한테 "우와~비싼 기타다...사고 싶당~"라고 말했죠....그랬더니 그 친구가 내 뒷통수를 탁~때리더니 한다는 얘기가 "다시 한번 세어 봐라...8만원이 아니고 80만원이다..." 이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완전히 꿈의 기타였죠....용돈이 5000원~10000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으니 80만원짜리 기타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죠. 동시에 꿈이자 희망이었고.

세월이 많이 지나 90년대 후반, 전 드디어 고가의 통기타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로렌드의 신디 사이저 <D-70>을 처분한 돈을 지불하고 그것도 모자라 카드를 긁어 산 250만원 짜리<마틴> 이라는 유명한 통기타 였죠.
당연히 소리는 착~달라붙고 음색 또한 영롱했죠. 그러나 다소 아쉬운 점은 옛날에 즐겨 듣던  영국의 4인조 밴드<스모키>의 통 기타 소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죠(그들의 통기타는 제게 좋은 기타의 척도 였거든요)...다소 만족도가 떨어진다고나 할까.
게다가 제가 아는 한 선생님의, 1996년 당시 중고 싯가 300만원(제 기타는 1999년에 신품 250 만원짜리 였구요)짜리의 <마틴> 기타 소리를 들어보니 제 기타와의 그 기량 차이란....제 기타에 정이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시던 기타는 지금 신품을 산다면 못해도 500~600만원은 지불해야 살 수 있는 기타였기 때문이죠. 당연히 레코딩에서 듣던 그런 기타 소리가 났구요.
그 후 마틴은 제 곁을 떠났습니다.....(ㅠㅠ)

욕망 끝에 만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욕망이 도사리고 있더군요...
내가 현재 "무엇을 가지고 싶다" 또는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봤자 현재는 그 욕망을 충족 시키지 못하고, 먼 훗날 그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재력(?)이 있어봤자 그때는 이미 욕망의 수위가 훨씬 높아지는 것 같아요...이건 뭐, 완전히 그림자 쫓기랄까....

그래도 3000만원짜리 스몰만 기타 가지고 싶다.....
그냥 법정 스님의 <무소유>나 읽어야지.....(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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