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타 수난기

by 삑싸리 posted Oct 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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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기타를 샀던 것은 복학하고 나서 2학년 재학 중이던
때였다.

학년 초반부터 땀을 한말은 흘려가며 아르바이트(분식배달) 하였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유럽배낭을 떠났다.
거기서 정말 아끼고 아껴(지금도 맥도날드와 바게트는 보기만 해도...)
당시로선 거금이었던 30만원을 남겨왔다.

그 돈을 들고 기타 잘 치는 박모선배와 함께 '예일기타'를 찾아가
30호들 중에 제일 빼어난(?) 소리 내는 녀석을 찾았다.
물론 박모선배가 여러 기타를 쳐보고 골라주었다.

자취 방에 돌아와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도 30만원으로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어느 날 박모선배가 술 많이 먹고 들어와 바닥에서 잠을 잤는데...
뭔가 '쿵!' 소리가 났다. 기타가 엎어진 것은 알았지만...
하드케이스에 들어있었고... 또 잠결이라 그냥 잤다.

다음 날 케이스를 열어보니... 헉...!
네크 부분이 금이 쫙가서 벌어져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침대에서 잤으니까, 그 박모선배가 발로 차서 엎어진 것이 확실한데...
그 선배는 아직도 자기가 차지 않았다고 빡빡 우긴다.

암튼 그런 상태로 그래도 꽤 버텼다.
그러다... 결국은 부러지고 말았다.
그걸 들고 이번엔 후배와 다시 '예일기타'를 찾았다.
근 한달 걸려서 찾아 온 기타는 이미 예전의 이쁜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근 10년 가까이 지나오면서... 그게 몇 번이나 다시 부러졌는지는
셀 수도 없다.
몇년 전부턴 박모선배가 아예 부러진 부분에 검정색 고무줄을 탱탱하게 감아주어
사용해왔었다. 그런데... 약 한달쯤 전에 또 부러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역시 그 선배에게 부탁하면서 기타를 맡겼다.
그리고 이틀 전 이번엔 아예 못을 박아 고정했으니 걱정말라는 말과 함께
기타를 돌려받았다.

왜 기타는 가지고 있을 때는 별로 치지도 않으면서...
없으면 이렇게 치고 싶어지는건지...
어제... 한달만에 돌아온 기타를 생각하며, 회사에서 이 곳 사이트에 가입도 하고...
악보도 다운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퇴근했다.
그리고...
위풍당당하게 기타 케이스를 열었다...

헉...!
기타 줄들이 모두 풀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기타를 꺼내 들어보니...
이번엔 브리지가 떨어져 버렸다.

결국 낑낑대며 집에 있던 대지표 본드로 붙여 놓긴 했는데...
도저히 줄을 끼울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 엄청난 장력을 이까짓 본드가 버틸 수 있으리라곤...

내 기타는 처음 장만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네크가 부러졌고...
숱하게 붙이고 부러지고를 반복하다... 이제는 브리지가 떨어졌다.
네크는 단단하게 붙였다고 하니...
이제 또 얼마나 많이 브리지를 떨어졌다...붙였다...  
해야할 지 모른다.

아...
나의 기타여...
이제는 진정 버려야한단 말인가...?

PS) 그래도 열심히... 버틸겁니다.
    예전에 처음 금이 갔을 때 박모선배가 돈 많이 벌면 좋은 놈으로
    하나 사준다고 했었는데... 그 선배가 성공할 때까지...
    이 녀석으로 열심히 버팅겨볼랍니다.
    선배...! 이것 좀 단단하게 붙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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