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로 불우환자 돕는 '명의' 심찬섭 교수
"음악과 의학, 둘 다 사람을 살게 하는 힘"
연합뉴스 입력 2016.01.17. 07:02
"음악과 의학, 둘 다 사람을 살게 하는 힘"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장 심찬섭(67) 교수는 퇴근하면 클래식 기타를 잡곤 한다. 메스로 수많은 사람을 살린 그의 예민한 손은 나일론 줄을 뜯고, 잔잔한 선율이 퍼지면 그제야 그날 하루가 완성됐다고 느낀다.
심 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의 기타 사랑은 전남대 2학년에 재학할 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재수생 시절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광주의 명소 '르네상스 다방'에서 급여도 없이 DJ를 보기도 했던 그는 기타리스트 고 이종석(2014년 작고)씨를 사사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심 교수가 만들어 이끈 전남대 기타 동아리는 전국 대학생 콩쿠르에서 1등을 도맡을 정도였다.
본과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어쩔 수 없이 기타와 다소 멀어졌던 그는 순천향대병원 부원장 시절 전남대 기타 동아리 후배들과 OB팀 모임을 결성하며 음악을 향한 열정을 되살렸다. 이 모임이 지금은 '서울 아르페지오 클래식 기타 동호회'가 됐다.
몸과 함께 마음도 늙어버렸기 때문일까. 실력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식당을 빌려 '정모'를 하면 연주를 하기보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일이 잦았다"며 심 교수는 허허 웃었다.
모임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뭔가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처방'에 골몰하던 심 교수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우 환자들이었다.
심 교수는 한국에서 최초로 내시경을 이용한 담석 제거 수술에 성공했고, 그가 개발한 '심하나로' 스텐트는 세계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자타공인 '명의'로 인정받는 심 교수이지만 이런 그가 손도 쓰지 못한 환자들이 적지 않다.
심 교수는 돈이 없어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를 자주 봐 왔다. 한 번은 수술만 받으면 살 수 있는 40대 위암 환자가 돈이 없다며 수술을 거부하기에 어렵게 설득한 적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산층 회사원으로 보였는데 난처해하며 수술을 거부하더라고요. 아는 사람 통해서 '뒷조사'까지 했더니 돈이 없어서 그랬더군요. 우리나라가 의료보험이 잘 돼 있다지만,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수술을 못 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심 교수는 불우환자를 위한 자선 연주회를 열기로 했다. 취미를 위해 시작한 연주회는 사랑을 베푸는 일이 됐다. 환자를 돕겠다는 목표가 생기자 죽기 살기로 연습했고, 한 단계 올라선 연주력은 오히려 '덤'이었다.
2008년 12월 순천향병원 강당에서 열린 첫 자선 연주회는 1천여만원의 성금을 끌어모으며 성공했다.
심 교수는 이듬해 건국대병원으로 둥지를 옮기고서도 이 병원 지하 3층 대강당에서 자선 연주회를 이어갔다. 프로 연주자들도 동참해 아르페지오 동호회의 아마추어들과 합주를 하며 삭막한 병원을 멜로디로 적셨다.
2013, 2014년은 사정상 쉬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프로 기타리스트들의 모임인 서울기타콰르텟이 합류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주회를 선보였다.
심 교수와 아르페지오 동호회는 자선 연주회를 열 때마다 1천여만원을 모금해 건대병원에 기부했다. 이 돈은 모두 병원 사회사업팀의 불우 환자 지원 프로그램에 쓰인다.
심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언젠가 스페인 여행길에 알함브라 궁을 직접 찾았는데, 이슬람과 르네상스 양식이 한데 섞인 이 궁전이 마음에 보석처럼 남았다고 한다.
불우 환자들에게 새 생명의 기회를 안겨주고 어두운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기타 선율로 마음속에 보석을 남겨줄 수 있기에 그는 연주회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저에게 음악과 의학은 같아요. 둘 다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죠."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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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11707020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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