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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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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51.6) 조회 수 4902 댓글 4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교수인 핀켈슈타인의 연주회 참석차 안동을 다녀왔다.

한식, 양식, 일식, 화식을 불문하고 최고의 맛을 내는 1급 쉐프인 고교 친구(안 쉐프)네 집에서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고 함께 안동으로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안동에 도착했다.

미리 약속을 잡아 둔 안동의 내 사랑 봉순이네 아뜰리에에 도착해서 그림을 감상하고 향기로운 차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조금 있으니 봉순이의 친구가 같이 연주회를 보러가기 위해 들어 선다.

대구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인 이 사람은 대단한 미인이라 들어서는 순간 봉순이네 아뜰리에가 환해졌다.

순간 느껴지는 봉순이의 질투의 눈길.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나누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골부리탕(다슬기, 골뱅이, 올갱이, 고디 등 지방마다 여러 이름으로 불림).

반가운 안동간고등어에 배추전이 반찬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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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가량 먼저 도착해서 연주회장으로 향하는데 낯익은 얼굴이 날 보고 웃고 있다.

의성 김씨 대종가의 둘째 아들 김박사였다.

오늘 저녁 숙소로 사용할 사빈서원의 주인장으로 내가 안동에 있을 때 종가의 사랑채에서 밤새도록 함께 기타치고 술 마시던 친구다.

나보다 나이는 몇 살 위지만 워낙 기타를 좋아하고 제법 기타연주도 잘 하던 사람이라 친구처럼 지내던 사람이다.

한학에 조예가 깊어 국학진흥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함께 간 일행들을 소개하고 연주회장으로 입장해서 여기저기 낯익은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마랭 마레를 비록한 전고전파의 비올 작품들을 기타로 편곡해서 들려주었다.

연주는 좋았지만 드라이한 음색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주자 뒤쪽으로 음향반사판을 설치했음에도 푸석푸석한 음색이 귀에 거슬린다.

연주자가 입장할 때 관객들이 치는 박수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잔향시간이 너무 짧다.

잔향시간이 길면 소리가 뒤섞여 명료한 맛이 없고 잔향시간이 짧으면 음악이 무미건조해서 재미가 없고 풍성한 맛이 없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잘 지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영 아니다.

이럴 바엔 마이크를 쓰는 게 훨씬 좋았을 텐데...

게스트로 출연한 안동의 권희경님의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2부 순서는 니키타 코쉬킨을 비록한 러시아 현대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역시 러시아는 우리의 감성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

현대적이면서도 서정성을 갖춘 작품들이었다.


연주회를 마치고 오리지널 안동찜닭집으로 향했다.

약간 매콤한 찜닭을 핀켈슈타인은 곧잘 먹는다.

젓가락질이 서툴러서 옆에서 도와주었는데 연신 호호를 불면서 땀을 흘린다.

내 친구 안 쉐프가 준비한 샌드위치를 건네주었더니 맛있다고 따봉!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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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사빈서원으로 가니 얼마 전에 포항공대를 퇴직한 종손인 큰 형이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와 있다.

큰 형은 서울대를 졸업했는데 클래식기타 동아리인 "화현회" 출신이다.

이 형이 동생들에게 기타를 전파시켜 3형제 모두가 기타를 좋아한다.

사빈서원의 메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흥교당(興敎堂)으로 향했다.

흥교당은 선비들에게 강론을 하던 넓은 대청마루를 가진 건물이다.

흥교당에 마련된 방에서 뒷풀이에 들어갔다.

기타인들의 연주회 뒷풀이에는 의례껏 두루치기가 동반된다.

두루치기란 음식이름이 아니라 두루 돌아가면서 기타를 치는 것을 말한다.


먼저 주빈인 핀켈슈타인의 연주가 이어졌다.

연주회장의 드라이한 음색과는 달리 윤기있고 아름다운 소리가 이어졌다.

연달아 몇 곡이나 연주를 한다.

무척 소박하고 소탈한 성격의 사람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두루치기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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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까지 두루치기를 하며 놀다가 다른 사람들은 숙소로 보내고 오랜 지인들과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새벽 4시까지 놀다가 아침 8시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하다.

안동은 대형 댐이 2개나 있어 안개가 잦은 곳이다.

그런데 핀켈슈타인이 안 보인다.

연락을 하니 다음 연주회를 위해 컨디션 조절이 필요해서 서울로 향하는 중이란다.

아침은 뭘 먹여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고맙게도(?) 걱정이 해결되었다.

내 친구 안 쉐프가 건네 준 샌드위치로 아침을 해결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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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7년을 살면서 지냈던 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다.

안동이라는 고장은 예인들의 밀도가 높은 고장이다.

나의 기질과 안동이 잘 맞아 객지인 안동에서 7년이나 보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안동탈춤페스티벌에 합류해서 무대감독을 맡으면서 전국의 유명한 예인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었다.

정말 정이 많이 든 고장이다.


내 친구 김윤한 시인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소주 3병을 비웠다.

그리고 12년 전에 타계한 임병호 시인의 유택을 함께 찾았다.

임하면 금소리 구구름골에 잠들어 있는 임병호 시인의 유택 주변은 안동사과의 추수로 한창 바쁘다.

사과가 하도 탐스러워 사진에 담으려고 주인장에게 말을 건냈다.

같은 동네 사람이라 임병호 시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평생 총각으로 살다 돌아가신지라 유언에 따라 봉분 없이 평장으로 하고 안동의 문인들이 비석을 세웠다.

유택의 가을 햇살이 따가웠다.

벌초를 하고 시인이 평소에 그리도 좋아하던 맑은 소주를 올리고 함께 소주를 나누었다.

시내로 다시 들어왔는데 이 친구가 헤어지기 섭섭하다고 한 잔만 더 하잔다.

아파트 놀이터 옆 느티나무 아래에서 다시 소주를 더 마시고 아쉽게 헤어졌다.

이 친구는 시로 등단을 했지만 산문도 곧잘 쓴다.

얼마 전에 출판했다고 산문집과 꽁트집을 건네 주는데 정말 글의 재미를 아는 친구다. 

참으로 즐거운 가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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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2015.11.05 17:56 (*.107.111.209)
    멋진 연주!
    그건 감동이지요.

    후기도 좋습니다.
    언제 안동 겸암정사에 가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쥔장 허락 맡고
    한 곡 때리고 싶네요.

    기회가 되면
    선생님도 같이 하실 수 있을지요?
  • 정천식 2015.11.05 20:15 (*.35.251.6)
    겸암정사는 안동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곳인데 선인들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명소입니다.
    보통 하회마을만 휘~ 둘러보고 지나치기 쉬운데 하회마을 강 건너에 위치한 겸암정사는 정말 분위기가 좋은 곳입니다.
    요즈음은 기거하는 사람이 없어서 주인장의 허락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옥의 대청마루 안쪽에서 기타 연주를 하면 한옥이 음향반사판(즉 혼의 구조와 비슷) 역할을 해서 소리가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안동에는 이곳 말고도 이런 명소가 즐비합니다.
    느긋하게 시간을 잡고 안동을 방문하신다면 안동의 진가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지요.
    그런데 '봄'님은 누구신지요?
    안동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누군지도 모르고 또한 일정이 서로 맞아야겠지요?
  • 콩쥐 2015.11.06 08:31 (*.198.213.37)

    이렇게 정성스런 후기는 오래만에 봅니다.
    안동과 서울 두 연주를 다 들어본 바로는
    연주회장은 역시 좋은 음향을 위한 무대감독이 꼭 필요한듯합니다.
    너무도  연주회장마다  소리가 달라서...

    덕분에 너무 즐거운 안동여행이였어요.
    나중에 시간을 갖고 천천히 안동을 여행 하고싶네요....

  • jons 2015.11.06 11:47 (*.215.194.3)
    감동, 디테일한 현장감, 마치 거기 참여한 절절한 느낌...그대로, 너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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