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하곡학교실 강의자료 (2015년 8월 10일)
신흠(申欽, 1566-1628) 선생의 경세학 자료
象村稿卷之四十(內稿第一), 雜著(一)
6. 治亂(治亂治其亂也)篇 a_072_295a
治將亂難,治已亂易。
將亂者,上恣肆而不知戒也,下阿縱而不知匡也,漫漫乎其流也,靡靡乎其趨也。
雖有聖智,莫敢防其頹也,雖有英俊,莫敢塞其澗也。
先事而言則以爲妖言,當事而言則以爲謗言;
論其嬖倖則以爲誣罔而斥之,論其隱慝則以爲沽直而排之。
所當是而是之,則以爲非是而必以己之所是爲是;
所當非而非之,則以爲非非而必以己之所非爲非。
所公賢而賢之,則以爲非賢而必以己之所賢爲賢,
所公不肖而不肖之,則以爲非不肖而必以己之所不肖爲不肖;
耳蔽於近習,目蔽於諂佞,陛級之外,遠於千里矣,
典常弛易,官方齲差,日墊於極亂之域,而時則有抵而得之者矣。
洎乎已亂則腥聞饜乎人之聽,穢德飽乎人之見。
官弊而脞則吏胥苦,役煩而虐則黎元咨;
財竭而窶則盜賊興,政舛而暴則卿士怨。
吏胥苦則思得賢以釐其官,黎元咨則思得賢以薄其征,
盜賊興則思得賢以安其生,卿士怨則思得賢以弭其患。
遠者近者,無不蘄乎治而反之正也。
此其將亂、已亂之形,有所易也。
夫國家大器也,其治非一日之成,其亂亦非一日之作,善積而後治,惡積而後亂。治也亂也,皆積而後發者也。
故其朕兆於朝夕,而其徵驗於數世,其萌驀於錙銖,而其末彌乎宇內。
庸君暗主,方其將亂也,未必知其遽至於危亡也,故自以爲豐亨。
奸臣柄國者,未必不知其遂至於危亡,而唯汲汲先君之意,逢君之欲,以取媚於一時,而國亡則革面而改圖,焉往而不得富貴,故擠之於亂而自若。
奸臣柄國者,未必不知其遂至於危亡,而唯汲汲先君之意,逢君之欲,以取媚於一時,而國亡則革面而改圖,焉往而不得富貴,故擠之於亂而自若。
若昔夏桀卽位五十餘年而亡,商辛卽位三十餘年而亡,酒池、銅柱之日,詎識其有鳴條,牧野之事乎! 夏商以後數千載,無不一轍,其可哀已。
反其轍而治之者,其機易,其勢難;其勢非難,制其勢爲難。
何謂機?物極則反,道極則通,時否則泰,貞而元也,剝而復也,晦而朔也,汐而潮也,翕而闢也,凋而榮也,天之理也,機其不易乎!
何謂勢?事亂君者民無禮,無禮者慾不知節,不知節者犯憲令,以法則憚,以恩則儳,勢其不難乎!
何謂制其勢?其任重然後人不得以間之,其權一然後人不得以撼之,其志協然後人不得以眩之,其道正然後人不得以疑之,制勢不其尤難乎!
制勢典其君,得君有三,要苟而合則偸,迫而合則忌,勉而合則厭。
免於偸,方可以行吾志,免於忌,方可以展吾才,免於厭,方可以進吾言。
以正則不苟,以漸則不迫,以誠則不厭,
旣正又漸以誠,則志斯行,才斯展,言斯進矣。
治法有五,爲之戒遽也,革之以孚也,調之使祈嚮也,威之使慴戢也,謐之使綏定也。
上不病其擅也,下不媢其專也,如是則治立矣。
국가가 정상적인 단계(治)를 벗어나서 위험단계(危)도 지나 종묘사직 정도 지키는 어지러운 단계(亂)에 들어서고 붕괴단계(亡)를 앞두고 있는 것을 다스리는 것이 몹시 어려워서 차라리 붕괴된 단계를 다스리는 것이 쉽다.
어지러운 단계(危亡 단계)에서는 지배계층이 개인마다 제마음대로 하면서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는 경계심마저 모르며, 피지배계층은 지배계층에게 아부하고 방종하면서 개혁해야하는 마음조차 모른다. 이런 민심의 추세가 점점 넓게 퍼져가고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그래서 성인같은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무너져가는 추세를 막지 못하고, 비록 용감하고 과단성 있는 영웅이라도 점점 넓게 벌어져가는 추세를 막지 못한다.
여론을 보면, 국가가 위망(危亡)하기 전에 말하면 요망한 말이라고 여기고, 위망한 상태에서 말하면 헐뜯는 말이라고 여긴다.
국가의 몇몇 권력자들을 비판하면 모함한다고 배척하고, 숨어서 간악한 짓을 하는 실세들을 비판하면 혼자 곧은 사람이라는 명예을 얻으려고 한다고 배척한다.
신하가 당연히 옳은 것을 옳다고 주장하면, 임금은 그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반드시 임금이 옳다고 여기는 것만이 옳다고 고집하며,
당연히 그른 것을 그르다고 주장하면, 임금은 그것은 그른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반드시 임금이 그르다고 여기는 것만이 그르다고 고집한다.
신하가 공론이 현명하다고 인정한 사람을 현명하다고 주장하면, 임금은 공론을 부정하고 반드시 임금이 현명하다고 여기는 사람만이 현명하다고 고집하며,
공론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인정한 사람을 어리석다고 주장하면, 임금은 공론을 부정하고 반드시 임금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사람만이 어리석다고 고집한다.
이런 까닭은 임금의 귀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말에 익숙해져서 올바른 공론을 듣지 못하고, 눈은 아첨하는 말에 빠져서 올바른 공론을 보지 못하여, 결국에는 임금의 궁궐은 올바른 공론과는 아주 멀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가의 법전이 점점 느슨하게 물러지고 관료제도가 썩은 이빨처럼 들쭉날쭉 빠지고 고르지 않아 행정효율이 떨어져서 날로 어지로운 단계로 빠져들어가더라도, 임금이 제때에 조치한다면 이런 폐해를 막아낼 수도 있다.
국가가 이미 혼란상태에 빠져들면 임금은 남의 말을 듣는 것에 진저리나고 남의 견해를 듣는 것에 배부를 지경이다.
관료제도가 무너져서 일처리 과정이 복잡하게 되면 관원과 아전들이 힘들어하며, 백성들의 역역이 많아져서 학대할 정도가 되면 백성들이 불만을 나타낸다.
국가 재정이 고갈되고 부채가 늘어나서 세금이 가중되면 도적떼가 일어나고, 정치가 헛돌아서 폭력을 사용하게 되면 지배층(卿士)이 원망한다.
관원과 아전들이 힘들어하면 임금은 현명한 신하를 얻어 관료제도를 개혁하고 싶고, 백성들이 불만을 나타내면 임금은 현명한 신하를 얻어 세금과 역역의 징수를 가볍하고 싶고, 도적떼가 일어나면 임금은 현명한 신하를 얻어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싶고, 지배층이 원망하면 임금은 현명한 신하를 얻어 지배층의 걱정을 완화시키고 싶다. 멀리 있는 백성들이나 가까이 있는 신하들까지 모두 국가가 잘 다스려져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혼란해지는 상태와 이미 혼란한 상태의 모습이며, 각기 다스리는 데 쉽고 어려운 것이 다르다.
이게 바로 장차 어지러워지려고 할 때와 이미 어지러워진 형세에 따라 어렵고 쉬운 점이 있는 것이다.
대체로 국가는 아주 커다란 기계이기 때문에 잘 다스려지는 것도 하루 아침에 되지 않고 어지러워지는 것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잘하는 것이 쌓여서 잘 다스려지는 것이고 잘못이 쌓여서 어지럽게 되는 것이다. 잘 다스려지느냐 못 다스려지느냐는 모두 잘잘못이 점점 쌓인 뒤에야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징조는 아침 저녁처럼 짧은 시간에 시작하여 결과는 몇 세대(1세대 30년) 뒤에야 나타나고, 싹은 몇 그램 정도로 작지만 결과의 끝은 세상에 가득 채울 만큼 크다.
자격이 부족하거나 아둔한 임금은 국가가 위험단계에 들어가는데도 갑자기 위망(危亡)단계에 이른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넉넉하여 대응할 수 있다고 여긴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간신들도 갑자기 위망단계에 이른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의 의욕을 미리 맞추어 받드는데 급급하며 이렇게 아첨하여 잠시 총애를 받는다. 결국에 국가가 멸망하면 간신들은 얼굴을 바꾸고 다른 왕조를 떠받는데 이런 간신들이야 어떤 왕조가 되었건 부귀(富貴)를 얻지 못하겠는가? 그래서 국가를 어지러운 혼란한 상태로 몰아넣으면서도 태연하다.
옛날 중국의 하(夏)나라 말기에 걸(桀)이 왕위에 오른지 50여 년에 망하고, 상(商)나라 말기에 주(紂, 辛)가 왕위에 오른지 30여 년에 망하였다. 술로 연못을 만들고 불에 달군 구리 꼬챙이에 사람을 처형하던 시기에 걸과 주 두 임금이 어떻게 명조(鳴條)와 목야(牧野)에서 처참한 일을 당할 줄을 알았겠는가! 그러나 하나라와 상나라 이후 수천 년 동안에도 국가가 망할 때마다 똑같은 길을 걸어왔으니 정말 슬프다.
국가가 위망(危亡)해가는 길을 되돌려서 다스리는 데, 메커니즘(機)은 쉽지만 형세는 어렵고, 형세가 어렵다지만 형세를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어렵다.
메커니즘(機)은 무엇인가? 사물(事物)이 극한에 이르면 되돌아오고, 도(道)가 극한에 이르면 통하고 때(時)가 막히면 트이고, 겨울이 다하면 봄이 오고 박괘(剝卦)가 복괘(復卦)로 변하고, 그믐 뒤에 초하루가 오고, 밀물 뒤에 썰물이 오고, 닫혔다가 열리고, 시들었다가 다시 피는 것은 천지자연의 이치이며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쉽지 않은가!
형세(勢)는 무엇인가? 국가를 위망상태에 빠뜨린 임금의 통치를 받는 백성들은 예의가 없고, 예의가 없기 때문에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령을 어긴다. 이런 백성들을 법으로 다스리면 개혁을 꺼리고 그렇다고 은혜로 다스리면 함부로 참람하기 때문에 형세가 어렵지 않겠는가!
형세를 통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맡은 책임이 무거워야만 백성들이 이간시키지 못하고, 맡은 권한이 집중되어야만 백성들이 흔들지 못하고, 개혁의지가 통합되어야만 백성들이 헷깔리지 않고, 개혁방법이 올바라야만 백성들이 의심하지 않는다. 형세를 통제한다는 것이 더욱 어렵지 않겠는가!
형세를 통제하려면 임금의 신임을 얻어야하는데 임금의 신임을 얻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임금의 비위를 맞추고 기다리면서 임금의 동의를 얻으려고 하면 임금이 자꾸 개혁에서 몰래 벗어나려고 하고, 임금을 몰아쳐서 동의를 얻으려고 하면 임금이 개혁을 꺼리고, 열심히 노력하여 동의를 얻으려고 하면 개혁에 염증을 느껴서 싫어한다.
임금이 개혁에서 몰래 벗어나려고 하지 않아야만 나의 개혁의지를 실행할 수 있고, 임금이 개혁을 꺼리지 않아야만 나의 능력을 펼칠 수 있고, 임금이 개혁을 싫어하지 않아야만 나의 말을 올릴 수 있다.
신하로서 바르게 하면 임금에게 구차하게 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진행하면 임금을 몰아치지 않게 되고, 성실하게 하면 임금이 싫어하지 않는다.
이와같이 바르고 점진적으로 성실하게 하면 개혁의지를 실행하고 재능을 펼치고 말을 올릴 수 있다.
형세를 통제한 뒤에 직접 통치하는 방법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실행할 때에는 임금을 조급하지 않도록 한다. 둘째, 개혁할 때에는 임금과 서로 믿음을 갖고 추진한다. 셋째, 백성을 조절할 때에는 방향을 알고 가도록 인도한다. 넷째, 백성에게 위력을 사용할 때에는 두려워하게 한다. 다섯째, 백성들에게 설명할 때에는 상세하게 확정짓도록 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를 실행하면 임금은 신하가 마음대로 개혁한다고 걱정하지 않고 백성들은 신하의 과단성을 시샘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다면 잘 다스려질 수 있다.
7. 民心篇 a_072_296a
仕于朝者有恒言矣,不曰“民心惡”,則必曰“民俗薄”,民心固善矣,民俗固厚矣,人顧不之省也。何以知之?以宰民者知之。
今之宰民者,非以賄用,卽權倖之家也,非權倖之家,卽權倖之家之所拔也。
始乎賄者,常卒乎墨,始乎權倖者,常卒乎虐。墨然後賄償矣,虐然後勢彰矣。
宰之者墨,而爲所宰者未聞有旅拒;宰之者虐,而爲所宰者未聞有携貳。
朝而令曰“民出麻絲”則出之,夕而令曰“民出穀粟”則出之。八口不厭糠籺,而奉上則無敢嗇也,冤氣塡於腷臆,而期會則無敢慢也。吾未知爲民者惡乎?宰民者惡乎?爲民者薄乎?宰民者薄乎?
民居下,宰居上,以下而論上,雖直不售,據上而論下,雖讆莫驗,上與下之不得其情久矣。古者制國有典,制民有經,民之出財賦供租稅,有恒數矣。自夫國典壞民經毀,民之租賦,無乎不出,經用耗則有非時之斂,慶禮繁則有及時之需,此則猶爲公用也。由私而出者,多於公用,貢獻也,苞苴也,妻子之俸也,僮御之求也。諸凡帶貝冠鵕,煬竈穴社者之所索,無不出乎民,以肥其家,以澤其身。民之困極矣,而民猶恪守其分,則心可謂善矣,俗可謂厚矣,而不自省而咎其民。若是者,不唯病吾民,亦將以危吾國矣。
凡人之情,見利莫能勿就,見害莫能勿避,利害之途,乃民所向背也。今之民,利耶?害耶?當向耶?當背耶?管子曰:“善罪身者,民不得罪也,不能罪身者,民乃罪之。”
夫民之急緩,繫乎上之人,下無罪上之柄,而顧云然者,孟子所謂“今而後得反之”者也。故稱其罪者強,歸其罪者亡。及其未背而利之則欲背者還向之矣,待其已背而利之則欲向者盡背之矣。可不愼歟!
賄出乎財,財者藏乎民者也,民散則財匱;權藉乎國,國者權之所憑依也,國亡則權替。欲傅其毛而先削其皮,欲鬯其枝而先蹶其根,不思也?
夫民視士,士視大夫,大夫視卿,卿視君;野視縣,縣視州,州視都,都視朝,交相傚也。卿大夫苟賢矣,宰民者不得獨不賢;朝廷苟正矣,州縣不得獨不正矣。政之所先,在順民心,其所憂勞,改以佚樂;其所丘壑,改以衽席;其所畏避,改以存安;其所滯枉,改以開釋,則民心之善者加于善,民心之厚者加于厚矣。天有常象,地有常形,人有常性,兼三常而一之,在乎人君之常德。君有常德則國有常法,民有常產矣,然使之至此者,又非宰民者之所及也?
조정의 관원들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백성의 마음이 악하다.”고 하지 않으면 반드시 “백성의 풍속이 야박하다.”고 한다. 그러나 백성의 마음은 참으로 착하고 백성의 풍속은 참으로 후한데 사람들이 살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백성을 다스리는 관원들을 보고 알 수 있다.
현재 백성을 다스리는 관원들은 뇌물을 써서 등용되지 않았으면 권력자 집안이고, 권력자 집안이 아니면 권력자가 발탁한 사람이다. 뇌물로 시작한 관원은 항상 법을 어기는 탐욕으로 끝나고, 권력자 집안에서 시작한 관원은 항상 백성들에게 사나움으로 끝난다. 탐욕을 부려야만 썼던 뇌물을 보충할 수 있고, 사나워야만 권세를 드러낼 수 있다. 그런데 다스리는 관원이 탐욕을 부려도 다스림을 받는 백성들이 떼를 지어 저항하였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다스리는 관원이 사납게 굴어도 다스림을 받는 백성들이 집단으로 배반하였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
아침에 “백성들은 삼실을 내라.”고 명령하면 내고, 저녁에는 “백성들은 곡식을 내라.”고 명령하면 낸다. 여덟 식구가 싸래기밥도 넉넉하지 못하지만 윗사람을 받드는 데는 인색하지 않고, 원한이 가슴에 가득 찼지만 세금 내는 기한이 오면 태만하지 못한다. 내 모르겠지만, 백성이 악한가?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악한가? 백성이 야박한가?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야박한가?
백성은 밑에 있고 다스리는 관원은 위에 있으므로 밑의 백성이 위의 관원에게 의논하면 비록 백성이 옳다고 하더라도 관원이 들어주지 않고, 위에서 아래를 의논하면 비록 백성이 거짓이라도 따질 수 없으니, 위아래가 서로 실정을 알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옛날에는 국가를 다스리는 데 법이 있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원칙이 있기 때문에 백성들이 부역에 나가고 조세를 바치는 데 일정한 액수가 있었다. 그러나 국가의 법이 무너지고 백성을 다스리는 원칙이 허물어지자 백성의 조세와 부역이 안 붙은 데가 없다. 경비가 떨어지면 불시에 거둬들이고, 국가의 경사가 빈번하면 임시로 내는 것도 있다. 이것들은 오히려 공적인 비용이다. 그렇지만 관원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내는 것이 공적 납부보다도 많다. 바치는 것과 뇌물주는 것은 관원의 처자의 사용이며 노복의 요구이다.
모든 관원들의 관대와 관모의 장식, 부엌과 무덤에 소요되는 것이 어느 하나 백성들에게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 이것으로 관원들은 집안을 부유하게 하고 몸을 윤택하게 한다. 백성들은 곤궁하기 말할 수 없으나 백성들은 오히려 분수를 각별하게 지키고 있으니 마음이 착하고 두텁다고 말할 만한데도 관원들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백성들만 탓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원들이 우리 백성들을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우리 국가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사람의 상정(常情)은 이익을 보면 덤비지 않을 수 없고, 손해를 보면 피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백성들은 이익을 보면 따르고 손해를 보면 등진다. 현재 백성들이 볼 때 이익인가? 손해인가? 따르겠는가? 등지겠는가? 관중(管仲)이 말하기를 “자신의 잘못을 책망하는 관원을 백성들은 탓하지 않으며, 자신의 잘못을 책망하지 않는 관원을 백성들은 탓한다.”고 말하였다.
대체로 백성들이 잘살고 못사는 것은 윗사람에게 달려있는데 아래 백성들은 윗사람을 죄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도 관자처럼 백성들이 윗사람을 탓한다는 말은 맹자가 “이제는 백성들에게 되돌려주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원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국가는 강성해지고 백성에게 잘못을 떠미는 국가는 망하는 것이다. 백성이 배반하기 전에 이롭게 해주면 배반하려던 백성들도 돌아오지만 이미 배반한 뒤에 이롭게 해주면 돌아오려던 백성들도 다 배반하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뇌물은 재물에서 나오고 재물은 백성에게 저장된 것이므로 백성이 흩어지면 재산도 고갈되는 것이며, 권력은 나라에 바탕을 두고 나라는 권력이 의지하는 곳이므로, 나라가 망하면 권력도 없어진다. 터럭을 붙이려고 하면서 먼저 가죽을 깎고 가지를 무성하게 하려고 하면서 먼저 뿌리를 뽑는 격이니 이것을 생각하지 않았는가?
대체로 백성은 선비를 바라보고 선비는 대부(大夫)를 바라보고 대부는 경(卿)을 바라보고 경은 임금을 바라보며, 농민은 현(縣)을 보고 현은 주(州)를 보고 주는 도(都)를 보고 도는 조정을 바라보아 서로 본받는다. 경대부가 참으로 현명하면 백성을 다스리는 관원 혼자 어질지 않을 수 없고 조정이 참으로 바르면 주현만 바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에서 먼저 해야 할 것은 백성의 마음을 따르는 데 있으니 그들의 근심과 괴로움을 편안과 즐거움으로 바꿔주고 그들이 구렁텅이에 빠지면 요와 방석으로 바꿔주고 그들이 두려워 피하면 보존과 안정으로 바꿔주고 그들의 억울한 것을 풀어준다면, 백성들의 착한 마음이 더 착해지고 백성들이 후한 마음이 더 후해질 것이다.
하늘에는 일정한 별자리가 있고 땅에는 일정한 형체가 있고 사람에게는 일정한 성품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일정한 것들을 합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일정한 덕에 달려 있다. 임금에게 일정한 덕이 있으면 나라에는 일정한 법이 있게 되고 백성에게는 일정한 재산이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이르는 것도 백성을 다스리는 읍재(邑宰)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10. 財用篇 a_072_298d
財者,天之所產也,地之所育也。因天地之利,而善爲裁成,則其用無不足也,而握籌視簿之士,恐恐然唯懼經用之乏,何也?失於素足而不知足,迷於當足而不能足也。
何謂素足不知足?案三千里之地而國焉,經三百城之界而爲田,籍三百城之人而爲民,集三百城之山而爲礦,環三百城之澤而爲利,萬貨之情,可坐而訾也。
南有竹箭米穀之饒,北有金銀玉璧之珍,西有魚鹽紬絹之美,東有楩楠豫章之材,而皮革羽毛,牛羊馬彘,絮帛丹漆,橘柚薑韭,果布陶冶,可以作力鬪智者,隨地棋置,非若秦隴之不可以爲淮海,荊蜀之不可以爲幽薊,故行賈之東西南北者不絶於途,而坐賈市販者西賈燕,南賈倭,文繡珠璣,輦載交貿,莫不羹魚飯稻,有素封之樂如是,而懼財用之乏,豈非素足而不知足者乎?
何謂當足不能足,田有其制,列等而稅,人有其籍,點名而閱,礦有常稅,歲收其入,煮有常鹽,歲收其盆,一歲有一歲之數,十歲有十歲之數,雖百歲可知也,以而量其出則宗廟園寢,事大交隣,廩給軍需,供御宂費,一歲亦有一歲之數,十歲亦有十歲之數,雖百歲可知也,校其出入,贏縮相當,又揆其入之數,比出而差仂焉,視其水旱而上下之,察其貴賤而平取之,金生則粟死,粟死則金生,或兩生或兩死,而財用之低昂由之,如是而不中者寡矣,不是之爲,而唯懼財用之乏,豈非當足而不能足者乎?不知足者,不知量也,不能足者,不知節也,不知量不知節,不可以爲財也。
雖然,爲財之道,在乎不傷之而已,傷之者多則雖百劉晏,不能措手,苟無傷也,倉氏庫氏世守而無爲可也,臣事君,務實而不以僞,則國無虛美,國無虛美則曠典不擧,曠典不擧則枉費絶,枉費絶則財不傷矣,官以事爲任,官足於任而已,官浮於任則人窳而務廢,事浮於任則食廣而事瘝,事簡則任小,任小則官省,官省則財不傷矣,役興則人衆,人衆則口繁,口繁則食多,章華建而楚圮,姑蘇營而吳亡,役息則財不傷矣。
淫僻之俗,汰於奢矣,奢者用之流也,用之流也者,貨之散也,穀泄於末勝,國裕於民儉,奢禁則財不傷矣,又有大於此者,傷財莫大於聚斂,阜財莫要於不聚斂,何以知其然也,昔唐德宗喜私獻,皇甫鎛之徒因是而獻羨餘,韋皐之徒因是而獻月進,此非鎛與皐之徒神謀而鬼運也,橫賦於民而自以爲己功也。
德宗不省也曰,鎛忠我哉,皐愛我哉,以己物而供我,狃於掊克而不知已也,則稅架墊陌之法作於下,瓊林大盈之庫峙於上,自以爲萬世不匱,眞足以富國,而姚令言之師起矣,奉天圍逼,斗粟不繼,瓜果授官,僅免餓隷。至如漢之文景,今年給民租,明年復民役,無歲不給,無歲不復,而貫朽粟塵,天下嬉嬉,三代之隆,亦未有過者。聚財莫若唐德而唐以此竭,散財莫若文景而漢以此盛。知聚之爲散,知散之爲聚者,可與於裁成矣。
古者聖王之世,掌財者有常司,言利之臣始於桑羊,孔僅,而漢唐以來衰季,則無世無之,此皆不因天地之利,因以利民,而榷利自專,遂亡天地自然之利者也,故君子爲財則積貨於不涸之倉,小人爲財則置民於枯魚之肆,利民爲財,尤鎰賢爲先。
재물은 하늘이 생산하고 땅이 기르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이로움을 인해 잘 마름질하고 성취시키면 사용에 부족함이 없을 것인데, 주판을 잡고 문서를 보는 관원들이 오직 용도에 부족할까 염려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평소 풍족한 것을 잃어 풍족함을 모르며, 풍족하게 할 수 있는데도 어두워 풍족하게 못하는 것이다.
평소 풍족한데 풍족함을 모른다고 한 것은 무슨 말인가? 3천 리의 땅을 차지하여 나라를 세웠고, 3백 리의 경계를 그어 농토를 만들고, 3백 고을의 사람을 기록하여 백성을 삼았고, 3백 고을의 산을 모아 광산을 만들고, 3백 고을 하천의 이익을 차지하고 있으니 모든 재물의 실정을 앉아서 헤아릴 수 있다.
남쪽에는 풍요한 죽전(竹箭)과 미곡이 있고, 북쪽에는 진귀한 금은(金銀)과 옥벽(玉璧)이 있고, 서쪽에는 좋은 어물ㆍ소금ㆍ명주ㆍ비단이 있고, 동쪽에는 경남(梗楠)과 예장(豫章)과 같은 좋은 재목이 있으며, 가죽ㆍ터럭ㆍ소ㆍ염소ㆍ말ㆍ돼지와 솜ㆍ비단ㆍ물감ㆍ옻칠과 귤ㆍ유자ㆍ생강ㆍ부추와 과일ㆍ무명ㆍ질그릇이 힘이 될 만하니 머리를 쓸 만한 자를 곳에 따라 배치해 두면, 진(秦)나라와 농서(隴西)는 회수(淮水)와 바다의 이점을 겸할 수 없고, 형주(荊州)와 파촉(巴蜀)은 유주(幽州)와 계주(薊州)의 이점을 겸할 수 없는 것과는 같지 않다. 그러므로 동서남북의 장사꾼들이 여기에 와서 무역하기 위해 행렬이 길에 끊어지지 않고 저자에 앉아서 장사하는 자들은 서쪽으로는 연경(燕京)의 사람과 남쪽으로는 왜인과 장사하는데, 비단과 구슬을 수레로 실어 들여 서로 무역하므로 그들이 너나없이 고깃국에 쌀밥을 먹으면서 풍요로운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와 같은데도 용도에 부족할까 염려하고 있으니 어찌 본래는 풍족한데 풍족하다는 것을 모르는 자가 아니겠는가?
풍족하게 할 수 있는데도 풍족하게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농토에는 법제가 있어 등급에 의해 세금을 매기고 사람은 호적이 있어 이름을 열람하여 확인하고 광산에는 고정된 세금이 있어 해마다 그 수입을 거두고 염전에는 해마다 생산되는 소금의 수량이 있어 해마다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1년에는 1년의 수치가 있고 10년에는 10년의 수치가 있기 때문에 백 년까지도 미리 알 수 있다. 이를 가지고 헤아려 지출하면 종묘(宗廟)와 원침(園寢)에 드는 것과 큰 나라를 섬기고 이웃 나라와 교류하는 데 드는 것과, 군수(軍需)를 공급하고 잡비를 내는 데 드는 것도 1년에는 1년의 수치가 있을 것이고 10년에는 10년의 수치가 있을 것이니 백 년까지도 알 수 있다. 그 수입과 지출을 따져 서로 걸맞게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며, 또 수입의 수량을 헤아려 지출을 조금 줄여 남겨 두었다가 수재나 한재를 보아가며 조절하며, 무엇이 비싸고 싼가를 살피어 균등하게 취하며, 금(金) 가치가 살아나면 곡물값이 떨어지고 곡물값이 떨어지면 금의 가치가 떨어지며 혹은 두 가지의 가치가 같이 살아나기도 하며 혹은 두 가지의 가치가 같이 떨어지기도 하므로 용도의 조절을 여기에 맞추어 한다. 이와 같이 하고서도 되지 않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이렇게 하지는 않고 오직 재물이 부족할까 염려하고 있으니 풍족하게 할 수 있는데 풍족하게 만들지 못한 자가 아니겠는가.?
풍족하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헤아릴 줄을 모르는 자이고, 풍족하게 만들지 못한 자는 조절할 줄을 모르는 자이다. 헤아릴 줄을 모르고 조절할 줄을 모르면 재물을 관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재물을 관리하는 방도는 손상하지 않는 데에 있다. 손상하는 자가 많으면 비록 유안(劉晏)과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다 하더라도 손을 쓸 수 없을 것이고, 손상하지 않는다면 창씨(倉氏)ㆍ고씨(庫氏)가 대대로 지키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신하가 임금을 실지로 섬기고 거짓으로 섬기지 않는다면 나라에 겉치레가 없어질 것이고 나라에 겉치레가 없어지면 헛된 은전이 거행되지 않을 것이고 헛된 은전이 거행되지 않으면 쓸데없는 비용이 없어질 것이고 쓸데없는 비용이 없어지면 재물이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관직은 일을 맡은 것이므로 관직은 일에 맞게만 맡기면 된다. 관직이 임무보다 넘치면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여 사무가 폐지되고 일이 임무보다 넘치면 비용이 많이 들어 일이 병든다. 일이 간단하면 임무가 작아지고 임무가 작아지면 관직이 줄어들고 관직이 줄어들면 재물이 손상되지 않는다. 역사가 일어나면 사람이 많이 들고 사람이 많으면 입이 많아지고 입이 많으면 먹는 것도 많아진다. 장화대(章華臺 초 영왕(楚靈王)이 지음)가 세워지자 초 나라가 무너지고 고소대(姑蘇臺 오왕 부차(吳王夫差)가 지음)를 경영하자 오 나라가 망했으니, 역사를 일으키지 않으면 재물이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음탕한 풍속은 사치가 지나치다. 사치란 용도의 넘침이다. 용도의 넘침이란 재물이 흩어진 것이다. 곡식은 말리(末利)가 성행하는 데서 위축되고 나라는 백성이 검소한 데서 넉넉해지는 것이므로 사치를 금하면 재물이 손상되지 않는다. 또 이보다 더 큰 것이 있다. 그것은 재물을 손상하는 것이 재물을 긁어모으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재물을 풍부하게 하려면 긁어모으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방안이 없다. 무엇으로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옛날 당 덕종(唐德宗)이 사사로이 바치는 것을 좋아하자 황보박(皇甫鎛)의 무리가 이로 인해 남은 재물이라고 하며 바치었고 위고(韋皐)의 무리는 이로 인해 달마다 바치었는데, 이는 황보박과 위고의 무리가 신출 귀몰한 재주가 있어서 잘 운영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마구 거둬들여 스스로 자기의 공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덕종은 살피지 못하고 “황보박이 나에게 충성하고 위고가 나를 사랑하여 자기의 물건으로 나에게 공급한다.”고 하면서 긁어모으는 데 익숙해져 그칠 줄을 몰랐다. 그리하여 아래에서는 세가점맥(稅架墊陌)의 법이 만들어지고 위에서는 경림대영(瓊林大盈)의 창고가 위에 세워져 스스로 만세토록 결핍되지 않아 참으로 나라를 부유하게 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요영언(姚令言)의 반란군이 일어났다. 봉천(奉天 땅 이름)에서 포위되어 핍박을 받자, 한 말의 곡식도 잇대지 못해 참외를 바친 사람에게 벼슬을 줄 정도로 궁한 속에서 겨우 굶주림을 면하였다.
한(漢) 나라 문제(文帝)와 경제(景帝)에 있어서는, 금년에는 백성의 조세를 감면해 주고 명년에는 백성의 부역을 감면해 주곤 하여 조세와 부역을 감면해 주지 않는 해가 없었으나 돈을 꿴 줄이 썩고 곡식이 묵어서 온 천하가 기뻐하고 즐거워했으니 삼대(三代 夏ㆍ商ㆍ周)의 훌륭한 정치도 이보다 더 잘 할 수 없었다.
재물을 긁어모으기는 당 덕종과 같이 한 자가 없었는데 당 나라는 이 때문에 고갈되었고, 재물을 나누어주는 문제ㆍ경제처럼 한 자가 없었는데 한 나라는 이 때문에 융성해졌다. 그러므로 긁어모으면 흩어지고 나누어주면 모인다는 것을 아는 자는 하늘과 땅의 이로움을 인해 마름질하여 성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성왕(聖王) 시대에는 재물을 맡은 고정된 관사(官司)가 있었는데 재리를 말한 신하가 상홍양(桑弘羊)과 공근(孔僅)한테서 비롯되었고 한ㆍ당 이후 말세로 접어들어서는 그러한 사람이 없는 시대가 없었으니, 이는 모두 하늘과 땅의 이로움을 인하여 백성을 이롭게 하지 않고 이권을 장악해 독점하다가 드디어는 천지 자연의 이익까지 망치고 만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재물을 다루면 창고에 재물이 쌓이고 소인이 재물을 관리하면 백성을 곤경속에 빠뜨리고 만다. 그러므로 백성에게 이롭게 재물을 다루게 하려면 더욱 어진이를 얻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아야 한다.
................................................................... 하곡서원의 이경룡 교수님의 번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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