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검사들

by 검사 posted Sep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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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감찰과장 사의 글 전문-내가 사직하는 이유

 

 

 

또 한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착수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 업무에 관해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 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 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 속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 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 이후 청와대의 사퇴압력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과 정치권에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채 총장은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내려진 직후 사의 표명했다. 이후 청와대 측에서 채 총장에 사퇴 압력을 가한 정황들이 잇달아 흘러나오고 있다.

황교안 장관은 ‘혼외아들 의혹’ 기사가 보도된 6일 채 총장을 직접 만나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장관은 이번 주에도 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완곡하게 “사퇴하라”는 뜻을 전달했고, 채 총장은 “진상을 밝히는 게 먼저”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국민수 법무부 차관도 채 총장에게 전화로 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 장관 뿐만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직접 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하지 않겠다면 청와대 공직기강 감찰반의 감찰을 받을 것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 장관의 감찰 지시는 '옷을 벗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비춰볼 때, 감찰 지시가 청와대와의 교감없이 진행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청와대의 입장 정리 아래 황 장관이 채 총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총대를 멘 셈이다.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검찰의 한 간부는 조선일보의 채 총장 '혼의아들 의혹' 보도보다 한 달 전쯤 앞서 조선일보의 모 간부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측 인사가 채 총장의 여자문제를 뒷조사했고, 9월 중에 채 총장이 사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의 관계자가 조선일보의 보도 당일 대검에 전화를 걸어 '혈액형이 유력한 증거니 채 총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 반발 확산 “검찰의 중립성 훼손 우려돼...채 총장은 사퇴 재고려 해야”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해 채 총장을 사퇴시킨 정황들이 확연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채 총장 사퇴에 대한 긴급회의를 열어 “총장은 사의 표명을 거두어 달라”고 평검사 일동의 의견을 모았다. 채 총장의 사의 표명 뒤에 첫 평검사회의였다.

이들은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올린 회의 결과에서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14일에는 현직 검사로는 처음으로 김윤상(44, 사법연수원 24기) 대검 감찰1과장이 사표를 던졌다. 김 과장은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은재(46·사법연수원 24기)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이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항의하는 공개편지를 올렸다. 박 단장은 "검찰총장의 언론보도정정청구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검찰이 오히려 장관님의 결정으로 동요하고 있다"며 "왜 그러셨습니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대다수의 국민이 특정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밉보인 총장의 사생활을 들추어 총장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 훼손문제가 그렇게 가벼워 보이셨습니까? 이건 검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법원의 소신있는 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총장을 헌신짝처럼 날려보내는 상황입니다"라고 해명을 요구했다.

채 총창의 사퇴에 일선 평검사들의 반발과 대검 감찰과장의 항의성 사퇴, 대검 간부의 공개 항의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검찰 내의 반발이 얼마나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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