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만의 특성 (훈님 등께..)

by 피아노와 기타 posted May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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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님께.. 가끔가다 기타계에 애정어린 훈님의 의견 잘 보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음악과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타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성에 대해서,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부족하지만, 여러분들께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피아노와 기타를 다룰 줄 알기에, 둘 사이의 차이점과 유사성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물론, 정말 둘 다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먼저 배운 제 입장에서는, 피아노곡을 기타곡으로 편곡하는 작업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피아노는 사용음역이 기타보다 훨씬 넓고, 특히, 왼손과 오른손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곡자 입장에서, 좀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듯, 어떤 기타곡이라도, 그 악보 그대로 피아노에서 치는 것은 거의 가능하나,

거의 대부분의 피아노곡은, 그 악보 그대로 (모든 콩나물 대가리 그대로..^^;;), 기타로 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그렇기에, 오케스케라 악보도, 피아노로는, 모든 악기의 영역을 합쳐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물론 누구나 다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ㅠ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아노곡은 스케일적으로 크기 때문에, 더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예술은, 스케일이나 웅장성으로만 승부하는 것이 아닌, 결국 1류의 급에 다다라서는, 절제의 미학이 필수조건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제 의견입니다..)

이것은 동양의 예술에서 특히 강조해온 부분으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클래식 기타계와 동양적 미학이 조화를 이루어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지금까지, 서양주도의 클래식 음악계가 동서양 조화의 방향으로 발전될 시점이 분명히 오지 않을까요?

 

제가 본 기타만의 특성은 이렇습니다:

 

1) 기타의 특성 - 화성적인 측면

 

각설하고, 빌라 로보스의 음악이, 다른 악기가 아닌, 기타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특성을 잘 나타낸다는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예를 들면, 빌라 로보스의 프렐류드 3번을 저는 참 좋아하는데요.

그 똑같은 악보를 피아노로 치면, 뭔가 허술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화성을 덧칠하여 쳐 보아도 상당히 싱겁게 느껴집니다.


단선율이 많은 곡들은 특히나, 피아노에서 구현이 어려운 것 같네요. 리듬감이나 음색을 아무리 잘 표현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화성음 같은 경우,

 피아노에서 웅장하게 느껴지는 화성이, 기타에서는, 불협화음으로 들려지기도 하고,
피아노에서 부드럽고 조화롭게 느껴지는 화성이, 기타에서는, 어딘가 싱겁고 불충분하거나, 노래방 반주같이 들려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쇼팽 같은 경우, 완전화음이 아닌 것들을 많이 사용해서, 약간은 재즈틱한 그런 화성이, 피아노에서는, 아주 매력적으로 들리는데,

똑같은 화성을 기타에서 구현했을 경우, 굉장한 불협화음으로 귀에 거슬리는 것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또, 모짜르트나 베토벤의 완전화음들을 기타에서 구현했을 경우,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이 느껴지거나, 너무 평범하게 들리는 경우도 그렇고..

결국 같은 화성이라도, 기타에 더 잘 어울리는 화성이, 피아노에 더 잘 어울리는 화성이 있다는 것이 제 경헙입니다.

 

그런 면에서, 빌라 로보스는 기타에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화성과 그 화성들의 진행에 대해 본능적으로 + 또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다.

 

2) 기타의 특성 - 운지적인 측면

 

피아노 같은 경우, 작곡가의 입장에서, 오른손/왼손을 각개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스케일이 커질 수 있고, 운지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손이 멜로디를 가면 왼손으로 반주를, 왼손이 멜로디를 가면 오른손을 반주를... 
피아노 곡은, 오른손연습을 따로, 왼손연습을 따로 할 수 있는 체계지요.  

 쉽게 말하면, 독립변수가 2개 있고, 그에 따른 함수결과물이 각각 나와 이 2개의 결과물이 더해져서, 하나의 곡을 이루는 체제지요.   f(x) + f(y)

 

그런데, 기타는 독립변수 2개가 개별의 함수에 대입되는 체제가 아니라, 동시 투입되는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른손 운지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고, 왼손 운지 혼자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둘이 별개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오른손 운지 (독립변수 1번)과 왼손 운지 (독립변수 2번)이 각각 다른 함수에 대입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함수에 동시에 투입되는 체제라고 해야 할까요?  f(x, y)

 

즉, 피아노:  f(x)+f(y)
기타: f(x,y)

 

피아노에서 f(x)를 만드는 운지는 경우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자유롭습니다. 

피아노에서 좀 더 어려운 점은, f(x)와 f(y)를 조합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기타에서, f(x,y)를 만드는 운지의 경우의 수 자체가 복잡하고,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아무리 잘 쳐도, 기타의 특성을 잘 모르는 작곡가가 기타곡을 만든 경우, 기타리스트가 황당해서 웃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피아노를 훨씬 먼저 배웠기에, 기타의 제한적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기타 음악을 폄하했던 적이 한때나마 있었더랬습니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어떤 멜로디가 생각날 때, 반주와 더불어, 큰 제약없이, 모든 것을, 다 풀어 낼 수 있는 것이 피아노 음악이라면,
기타 음악은, 운지적 제약을 염두해 두고, 한 번 더 걸러서, 풀어 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악상이라도 연주가 불가능 하면, 꽝이기에, 기타리스트는, 악상 자체도 멋지면서도 연주가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 한 번 더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기에, 빌라 로보스 같은 경우, 기타연주의 virtuoso는 아니었고 세고비아는, 빌라 로보스의 기타 실력에 대해서 종종 놀리곤 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고비아는, 빌라로보스의 작곡에 대해서만큼은,  "빌라 로보스는 기타를 완벽하게 알았다"( "Villa-Lobos knew the guitar perfectly.") 라고 Twelve Studies라는 책의 서문에 쓴적이 있습니다. 

기타,피아노, 첼로를 두루두루 수준급으로 잘 쳤고, 특히, 첼로적인 특성을 기타곡에 입히기도 하고, 재능이 뛰어났던, 빌라 로보스는, 기타와 피아노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기타는 기타에 맞게, 피아노는 피아노에 맞게 작곡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멜로디에 붙는 화성이라도 효율적인 화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으로 효과가 비슷하다면, 동선면에서 효율적인 화음이나 화성 진행을 채택하는 것 등이 빌라 로보스가 뛰어나게 적용하고 있는 기타적인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오해를 하시면 안될게 , 제가 절대, 피아노가 더 쉽다는게 아닙니다.  피아노, 정말 칠수록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이 느껴지는 엄청난, virtuosity를 자랑합니다. 

흐... 정말 넘사벽.. 하지만, 제가 봤을 때, 기타가 더 쉽지도 않습니다.  결국 일류의 레벨에서는 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3) 기타의 특성 - 미래적인 측면

 

제가 기타를 피아노와 비교해 볼 수록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기타야말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분야라는 것입니다. 

피아노는, 이미, 작곡의 경우,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미 넘사벽을 이뤘다고 봅니다.

바하, 모짜르트, 베토벤을 넘을 수 있는 작곡이 나오기가 정말 힘들다고 느껴집니다. 

이분들의 음악은, 이분들 개인의 음악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냥 신이 주신 선물이라 표현해야 할까요? 

언젠가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자기가 작곡한 건 자기가 한 게 아니라, 이미 우주에 있는 걸 접속해서 가져와서 세상과 공유한 거다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피아노는 하프시코드와 오르간부터 시작해서, 음악 역사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음악적 인재들이 몰려서, 매우 오랜 기간동안에 걸쳐,

작곡과 연주의 경지를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 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발전의 여지가 많겠지만, 기타의 경우보다는, 발전의 폭이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타의 경우, 그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역사 속에서 서민의 삶에 가장 많이 스며들었으면서도, 예술적으로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감춰져 있었고, 그 잠재력이 덜 계발된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곡의 경우도 그렇고, 연주의 경우도 그렇고요.. 

특히나, 기타가 까이는 (?) 이유가 대곡의 부재인데요.  저는, 이런 시각도 분명히 바뀔 시기가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예술은, 펼치는데 그 맛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며, 피아노 협주곡이며, 인간의 영감을 펼칠대로 펼쳐서, 최대한 웅장하고, 수려한 그런 세계를 펼쳐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술도, 서양 쪽은 색감도 화려하고, 소재도 다양하고, 동양은 좀 더 절제된 맛이 있고, 특히나, 우리 한국은, 여백의 미라는 것이 있죠.  다가오는 시대는, 이제 서양의 화려함에, 동양의 절제미를 더하는 그러한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끝없이, 펼치기만 하는 것이 아닌, 감출줄 도 알고, 절제할 줄도 알고, 하지만, 여백의 미에서, 오히려 더 꽉 짜여진 그런 촘촘함이 느껴지는 빈틈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러한 면에서, 기타 만큼 적당한 악기는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피아노보다 표현할 수 있는 음역도 좁고, 피아노 만큼의 다화성의 표현도 불가하고, 소리도 작지만, 그러한 모든 제한을 요리조리 잘 요리하여, 오히려, 오케스트라보다도 큰 여백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올거란 생각입니다. 물론... 아직은 아닌 것 같구요.. 헛헛...

 

굳이 빈약한 비유를 하자면, 서양 음악은, 모든 것을 갖춘 부잣집 도련님이, 빵빵한 서포트를 받아 본인의 굳센 의지로, 세계 굴지의 전자회사를 만들어 낸, 이건희씨..

앞으로 발전될 동양문화를 겸비한 기타 음악은, 비록 가난한 학생에게 태어나, 입양되어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잘랐으나,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방법을 통해 비상한 영감을 받아, 애플이란 회사를 일궈낸 스티브 잡스 씨 정도?  ㅎㅎㅎ

 

헐, 버튼을 잘못눌러, 글 다 날아간 줄 알았느데, 자동저장 기능이 있네요.. 다행입니다.

 

이 곳에, 클래식 기타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의 의견,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저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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