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한 이야기지만 참 그놈의 세월 빠르기도 하다.
회사기타동호회가 생긴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걸 보면 말이지.. 몇일후면 (2004.12.29) 동호회의 두번째 연주회가 열린다.
울며 겨자먹기로 독주를 준비하는데 그중 하나가 소르의 연습곡 7번이다. 정식작품번호는 Op.35-17이라고 되어 있는 이곡은...기타를 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은 연주해 봤을 유명한 곡으로 그 아름다운 선율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곡은 뭐 손가락이 특별히 어려운 부분도 없고...알레그로이긴 하나 스피드 내는데도 문제가 없는 평범해 보이는 곡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소품이 내게는 20년가까이 걸려서 다가왔다고 할까?
80년대 후반, 어느 추운 겨울로 기억한다(분명 화요일이었음). 그때만 해도 부산에서 버스타고 울산까지 가서 신현수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던 때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땐 참 열씸히 했는데 ㅎ
레슨실에는 많은 학생들이 이미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선생님은 우리들 서로를 소개해 주셨다.
그런데, 그중의 한 여학생은 집이 생선가게를 했는지? 선생님은 생선장수아줌마라고.... 소개하셔서 모두들 즐겁게 웃었는데, 그때 그 여학생이 연습한 곡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듯 남아 있다. 바로 소르의 연습곡 7번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은 그 곡은 나도 그 이전에 많이 연주를 해 봤는데....이건... 아무리 쳐도 뭔가 곡이 뒤집힌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아무래도 뭔가 빠졌거나, 틀린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곡이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연주는 달랐다.
나의 이상한 느낌의 연주와는 달리 앞뒤가 정렬된 느낌이었고, 선율도 힘있게 연주하여 노랫가락이 잘 드러난 깔끔한 연주였던 것이다.
오호...참 이상하지 ...나도 저렇게 칠수 있는데 왜 저렇게 안들리나?
그후로도 여러번 다시 연습하고 연습해봤지만, 이상한 느낌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하나의 숙제였는데..
바로 그 곡을 이번 연주회에서 독주할 곡으로 선정한것은....
아...밝히기 너무 민망하고 미안하지만...연주회에 올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사람들일뿐 아니라 나도 강산이 녀석땜에 연습을 거의 할수 없는 상황이라....부담없이 연주할수 있는, 그러면서도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 필요했는데, 바로 소르의 연습곡이 이런 나의 기준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있게 정확하게 연주할수 있는 곡은 아니지만, 아무도 연주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 휴 적다 보니 너무 나쁜 생각을 했군요. (반성하고 있음)
하여간 이 곡을 다시 연습하는데 역시 이번에도 이전과 같은 그런 느낌의 연주일수 밖에 없었다. .... 원인이 뭔가?
프레이즈도 구분할수 있고...선율과 반주화음도 구분할수 있는데 ...뭐가 문제가 되는거냐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선율만 따로 떼어내어 노래를 흥얼거려 보는데.....잘 들어보니 뭔가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는것이 있다...그것은 ....알고 보니......너무도 허망한것이....선율의 엑센트를 주는 방법에 따라 곡이 다르게 들리는 것이었다.
....
....
20년가까운 동안 이렇게 단순한것을 몰랐다니 이럴수 있나
정말 생각안하고 기타만 쳐댄 세월이었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정말 무식에는 두손 두발 다 들어야 할 판이었다.
이쯤되니, 연습할때 어떨때는 곡이 제대로 흘러가는것처럼 들린적이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되더라 이거지....
참 신기하기도 하다. 선율부에 이해한 방식처럼 엑센트를 제대로 주니....이제 소르의 연습곡이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선율이 앞뒤가 생기고 살아나는 것이....이제야 제대로 이곡을 이해하고 연주를 하는구나....느낌이 살고...이것이 시너지작용을 일으키면서 더 한층 곡이 매끈하게 연주되는 느낌...
그때 생선가게 여학생이 이렇게 연주를 했었구나!
오늘은 휴일을 맞이하여 강산이가 발밑에서 꼼지락거리며 놀때 계속 곡을 다듬었다. (참고로 강산이는 기타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 전문가가 듣는다면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나름대로의 대발견(?)으로 자괴감과 기쁨을 동시에 준 소르의 연습곡...
생선가게여학생이 연주했고,
그 느낌으로 이제 연주할수 있는 이 소르의 연습곡 7번을 ,
그런저런 사유로,
나는 좋아할수 밖에 없다.
* 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4-1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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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아 그 생선가게 여학생은 어찌 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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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서 하나씩 느끼고 배워나가는 진솔한 모습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테크닉을 넘어서는 게 바로 테크닉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리 쉬운 곡을 연주하더라도 대가의 연주가 다른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삐약이님은 치마만 두르면 그저~(사실은 나두 그래요) ㅋㅋㅋ 빨리 장가를 가든지 해야~
삐약이님을 한 번도 안 봤지만 아마도 도다리 눈???
그러면 미셸이 삐져요~ -
세고비아 에디션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op.35-17 은 6번입니다.
D장조의 아름다운 곡이죠.. 양희은이 이 곡을 반주로 노래도 취입했구요.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닿는 따뜻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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