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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024.01.25 10:10

부산 XX병원에서 synn

(*.134.99.170) 조회 수 4799 댓글 11

지난 1월 23일 새벽 심근경색 호흡부전으로 119 차로 실려 왔습니다.

다행히 병원 뺑뺑이 돌기를 하지 않은 행운으로 가까스로 목숨 건졌습니다.

중요한 치료 절차들이 많이 남아 있나 봅니다.

지금은 폐와 심장에 찬 물을 빼는 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의사이고, 딸은 한방병원장인데도 제게 이런 일이 닥치네요.

병원 의사 선생님들은 원래 매우 바쁘시니, 딸 아들에게서 차종치종 설명을 듣고 

제게 닥친 상황을 겨우 이해했습니다.


앞으로는 활동이나 행동에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를 듯하네요.

절대 안정하라고들 하셔서, 간단히 줄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부산 XX병원에서, 숨 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 synn이었습니다.



p.s. 2월 1일 추신입니다.


지난 1월 30일(화) 퇴원했습니다.

1주일 입원해 있는 동안 정확하게 몸무게 5Kg이 줄었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너무 기력이 없어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한데, 이번 일로 부산의 의료 시스템이 세계 최강이란 사실을 실감나게 몸소 경험했습니다.


지난 1월 23일 이른 아침 경 절체절명의 상태로  

동의병원(동의의료원) 응급실에 119 구급차에 실려 도착했습니다. 

의료진들의 일사불란한 응급처치가 이어졌고,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다음 날, 경과가 좋아서인지 일반병실(81병동 801호실)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1월 25일(목) 저녁 시간에 스텐트(stent) 시술이 이행되었습니다.

오른 팔을 가볍게 마취하고, 

오른손 손목 위치의 요골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튜브를 제 심장의 관상동맥에까지

밀어넣은 다음, 주치의 김성만 교수님의 지휘 아래 의료진들에 의해 4개의 스텐트가 시술되었습니다.

제 심장의 관상동맥 3개가 모두 막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제 머리 위에서는 (혈관 조영제가 투입된 상태의) 심장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분주하게

우왕좌왕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시술 중인 의료진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오른 팔만 가볍게 마취된 상태인지라 그들의 대화나 시술실의 잡다한 음향들을 

그대로 들을 수 있었으며, 의료진들과의 대화도 가능했습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여유만만해 보였으며, 서로 협의해 가며 시술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편했던 탓에 시술 중 제가 깜박 잠이 들었었는데, 지켜보던 간호사가

황급히 다가와서 자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더군요.

제 오른팔에 시술을 위한 각종 장치들이 부착되어 있어서, 잠이 들어 오른 팔을 움직이기라도

하면 큰일 난다고요.    


시술이 끝나고, 제 심장의 막혀 있는 관상동맥에 스텐트가 하나하나 시술될 때마다 

혈관들이 마치 꽃이 피듯 활짝 피어나는 동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마술 쇼 같았습니다. 진심 감동~.


퇴원은 했으되, 스텐트 시술을 받은 심근경색 환자의 퇴원은 완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통원 치료를 받으며 관리를 해야 합니다.

심근경색 환자는 30 ~ 50%가 재발을 경험하며, 재발하면 사망률이 68 ~ 85%에 달한다고 합니다.

 

암튼, 응급실에서부터 퇴원할 때까지 의료진들은 프로페셔널 했으며, 병원의 서비스 시스템에도

빈틈이 없었습니다. 많은 수의 간호사님들이 매일 돌아 가며 제 몸에 부착된 각종 센서들을

체크하고, 혈액 검사, 혈압 맥박 검사와 기록 등등을 위해 수시로 제 입원실에 들락거렸으나

한결 같이 친절했었고 환자를 위하는 매너를 보여 주었습니다.    

부산의 의료 시스템, 세계 최강이라고 실감했습니다.


"로망스"에 이어 "알람브라", 그리고 계속해서 Sor의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 등등,

기타리스트들이 가장 많이들 연주하는 곡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프로들이 대부분

잘못 연주하고 있는 곡들을 골라서 힘 닿는 데까지 한곡 한곡 그 악상 해석을 

이곳 기타매니아 게시판에서 다루어 볼 생각이었습니다만, 이번 일(심근경색과 스텐트 시술)로 생각을 접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임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장의 관상동맥 3개가 모두 막혀 있었음"은 전신의 다른 혈관들도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해부학적으로, 좁아진 혈관들이 절로 넓어지는 일이란 있을 수 없음입니다.

즉, 좁아진 혈관들이 더 이상 좁혀지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최선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이제 귀여운 손주들까지 있는 터라 여생은 가족들에게 보다 집중하는 삶을 살아 볼 생각입니다.

여력이 있다면, 

오래 전부터 중고 책값이 너무 비싸 말썽이 되고 있는, 절판된 제 책들을 재출간하는 데에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니....

누가 압니까? Ai의 도움으로 머잖은 미래에 혈관을 청소하는 강력한 약이나 의료 수단이 개발되어

제가 기타매니아 게시판으로 돌아와, 악상 해석 관련 글을 다시 이어 나갈 수 있게 될런지요.


그 동안 제 글에 관심을 보여 주었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Comment '11'
  • 마두 2024.01.25 12:57 (*.92.225.14)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 잔메 2024.02.01 12:01 (*.223.108.64)
    고맙습니다.
  • 이동근 2024.01.26 12:15 (*.194.232.116)
    깜짝 놀랬습니다.
    늘 그러셨듯 더욱더
    건강한 모습 기대 하겠습니다.
  • 잔메 2024.02.01 12:01 (*.223.108.64)
    고마워~, 기후 온난화로 부업 농사 신경 쓸 것이 많을 듯 ^____________^.
  • lagrima 2024.01.27 02:37 (*.236.192.183)

    선생님 이제 괜찮으신지요? 쾌차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십수년전,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인사를 드렸을 때,

    감사하게도 매우 반갑게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2024년이 되어 다시 인사 드립니다.


    1995년 여름, 동아대학교에서 진행된 강좌에서 가르침을 배운 기억이

    아직도 강렬합니다. 그 더운 여름날, 대학생 열정으로 기타 하나 둘러메고

    지하철 타고 동아대까지 선생님 강의를 들으러 갔었고,

    수 많은 또래들과 함께 똘망똘망 가르침을 받았더랬죠~


    그 때 주옥같은 말씀들이 안타깝게도 미처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로망스 고음부의 유사세하 만큼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 때 제본된 교재의 누런 표지 재질과 도안까지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90년대 전후 대학가 클래식기타 황금기에 아벨 깔레바로 교범에서의

    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접근에 충격받지 않은 이가 있었겠습니까.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그 책을 어떻게 접했을까요.


    저 같은 하급 아마추어도 피하시온, 이완 수축등의 용어를 배웠습니다.

    제 친구들과 선배들과 후배들도 같이 배우고 토론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클래식기타를 이렇게 과학적으로 연구하시고

    후학을 위해 집필해주신 분이 또 있을까요.


    저는, 선생님과 정식적인 스승과 제자 관계는 아니지만

    마음으로는 선생님을 사사했다 생각하고 늘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도 50가까이 되었고 대학교 동아리 이후로는 제대로

    기타를 잡아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다시 옛 친구들과 함께 같이

    예전처럼 연주생활을 해야지 꿈꾸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헌신과 역사를 기억하는 이가 저 외에도 수 없이 많을 것이며,

    선생님의 영향은 분명히 우리나라 클래식기타인들에게

    한겹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제가 아는 주변 기타인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잔메 2024.02.01 12:02 (*.223.108.64)
    lagrima님의 글은 제게 옛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군요.
    무더운 여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강의실을 가득 메웠었던 참가자님들의
    초롱초롱했었던 눈망울들. 지각생 하나 없이, 한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강의를 들어 주었었던
    님들께 당시에도 너무너무 고마웠었으며, 지금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lagrima님께서 고맙게도 저를 스승으로 생각하신다니,
    저도 마찬가지로 님을 제 제자님으로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lagrima님이 누구이신지 지금 당장 떠올리기는 어려우나,
    님의 아이디를 늘 기억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늘 행운이 함께하는 나날이 되시길 기원 드려요.
  • 2024.01.30 15:20 (*.245.82.194)
    두자녀를 의사로 키워내셨으니 넘 멋지세요... 앞으로도 많이 치료를 해야하나본데
    어서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
  • 잔메 2024.02.01 12:04 (*.223.108.64)
    수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제가 부끄럽습니다.
    제가 두 아이에게 해 준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거든요.
    제 두 아이는 저들이 알아서 공부하여 그렇게 되었습니다.
    과외나 학원은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비의 수입이 변변치 않음을 알고, 줄줄이 장학금까지.... 그리하여 부모의 부담을 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해서, 주변에서 놀라워들 합니다. 가끔 아이들 성장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 해지곤 합니다.
    자식 복은 조상 덕이라고들 하니, 늘 조상님께 감사 드릴 뿐이지요.
    저, 딸 바보, 아들 바보 맞습니다.
  • 잔메 2024.02.01 12:06 (*.223.108.64)
    2월 1일자 추신을 추신했습니다.
    잔메에서 synn이었습니다.
  • 박상철 2024.02.29 11:07 (*.160.234.176)
    오른손 마비 증상을 호전시키셨다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면 도움좀 받았으면 하는데 연락 부탁드려 봅니다. granada9735@hanmail.net
  • ck 2024.09.06 11:49 (*.103.178.126)
    늦었지만 참 다행입니다. 지금은 많이 건강해지셨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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