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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1000식2004.09.19 10:40
기타와 피아노는 당연히 그 특성이 다릅니다.
다른 악기도 서로 마찬가지고요.
지얼님이 고민하는 것은 이 당연한 것들 때문이 아닙니다.
피아노 곡인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곡이 가진 화성적 색채를 최대한 살려서
기타를 위한 독주곡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거지요.

보케리니의 기타5중주(기타+현악4중주)는 기타를 위한 작품이지만 현대적인 시각으로 볼 때
기타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이 아니라고 봅니다.
간단한 선율적인 움직임과 간단한 몇 개의 화음으로 마무리된 것이거든요.
물론 이 작품은 화음도 복잡하지 않고 또 앙상블이기 때문에 기타 혼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라스게아도가 나타나는 걸 제외하면 기타의 특성이 그다지 잘 나타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똑같은 경우로 드보르작의 피아노5중주(피아노+현악4중주)를 봅시다.
여기에서는 피아노가 현악4중주화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피아노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물론 보케리니와 드보르작은 시대적으로 서로 다른 시기에 살았고 작곡기법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보케리니가 기타에 부여한 무게와 드보르작이 피아노에 부여한 무게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파가니니는 기타를 사랑했고 기타를 위한 작품을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기타와 바이올린족이 결합된 기타4중주(기타+현악3중주) 작품도 많이 남기고 있지요.
하지만 파가니니 조차도 기타가 가진 능력을 이같은 형식의 작품 속에서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파가니니의 이 작품을 들으면서 왜 거기에 꼭 기타가 들어가야 되는지를 알지 못하겠더라고요.
바이올린족과 독주악기가 결합된 이같은 형식은 독주악기에 그 무게가 실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보케리니도 파가니니도 이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슈베르트는 기타를 사랑했지만 기타의 능력을 보여주는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베버가 기타를 사랑했고 기타를 위한 작품을 남기고 있지만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무게가 가볍습니다.
이들은 기타를 사랑했지만 기타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작품을 남지기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기타에서 피아노와 같은 보편성을 끌어낼 만큼의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이들은 자신의 악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있어 기타라는 악기에서 장해를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기타라는 악기는 보편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지얼님은 결국 이같은 것을 고민하고 있는 거지요.
우리는 이 점 - 기타가 보편성이 떨어지는 악기라는 점 - 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보편성이란 건 작곡가가 자신의 악상을 펼쳐나감에 있어 느끼는 보편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기타를 위한 작품이 많이 작곡될 것이고,
기타와 다른 악기가 결합된 작품이지만 기타의 특성과 능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 나올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타연주가들이 작곡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의 내한 연주회에 우리나라 작곡가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초빙해야 합니다.
협회는 이같은 과제의 해결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기타연주회가 기타인들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내가 너무 열을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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