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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제생각엔2008.09.25 23:01
예전에 'TV, 책을 말한다'라는 프로에서
'진보의 역설'이라는 책을 주제로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요.
패널로 참가한,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이라는 분이
역시 패널로 참가한 진중권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독일(진중권은 독일에서 유학을 했습니다)에도 있습니까?"

그런 속담이 독일에도 있느냐,는 질문의 속내에는
'유독 한국인만이 남이 잘 되는 것에 대해 배 아파한다'는 것에 대한 수긍이 전제 되어 있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독일에도 그러한 속담이 있느냐고 물을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에 대해 진중권은 마치 민족 정체성의 문제로 몰아 가는 것에 대해 일침을 놓습니다. 가진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보장 받는 사회적 불평등의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문제를 이른바 놀부 심보의 차원에서만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

공격적 성향의 여러가지 이유들 중에 열등감이 포함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공격적인 성향이 대개 열등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설은 다소 편협하지요.
'열등한 자'라는 것을 무엇이든간에 '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닌 것이 적은 자'로 규정한다면
상대적으로 많이 지닌 인간의 공격 성향에 대해 설명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게 지닌 자의 심리적 결함(열등감)을 드러냄으로서
상대적으로 많이 지닌 자의 정당함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지는 속담이지요.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을
오히려 땅을 많이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의 열등감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기 위해 쉽게 내뱉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은 어떤가요?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사는 지인때문에 일손이 안 잡힐 정도로 배가 아파본 사람은......거의 없을 겁니다.
단지 빈익빈 부익부의 제도에 분노할 뿐.
반에서 꼴등한다고 무조건 일등하는 놈 잡아다 두들겨 패지는 않습니다.
단지 꼴등하면 인간 떨거지 취급하는 교육 현실에 화가 날 뿐.
비싼 차 타고 다닌다고 누구나 벤츠를 못으로 긁어 놓지 않습니다.
단지 접촉 사고시 벤츠의 과실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국산 차 타고 다니는 피해자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에 짜증이 날 뿐.

돈 중심의 사고를 가지고 정체성을 세우는 사람일지라도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사회집단 속에서는 그리 돈으로 인한 열등감을 의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른바 '못 나가는' 사람은 '잘 나가는' 사람이 우글거리는 동창회에 참석하기가 껄끄러워질겁니다.
돈의 가치를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가 돈으로 정해지는 이런 소외의 사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열등감에서 자유롭기 힘듭니다.
만일 공격성의 대부분의 원인이 열등감이라면
그것을 한국병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자본(주의)의 병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 명확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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