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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BACH21382008.09.18 20:37
감상글 하나 찾았어요~~~~~~~~~

[순수로 빚 어낸 아름다운 영화]

 
1996년 가을,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자 어린이가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뽀네뜨역을 맡은 그 여자애의 이름은 빅뜨와르 띠비졸이다. 이 아이에게 여우 주연상을 준 것이 공평한 일인지에 대해서 말도 많았다.

센세이셔널한 사건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기호에 영합하는 선택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한 번 본다면, 그 여자아이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스타들의 근사한 연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피식 웃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 속에 드리워진 짙은 사실성에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자아이는 있는 그대로 수동적으로 찍힌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에서 재정립된 연기를 스타들보다 더 자연스럽고 근사하게 해낸 것이다. 어설프게 스타 흉내를 내거나, 반대로 아마추어가 가지는 진실성만으로 이 여자아이가 상을 받은 것이 아니고, 정말로 훌륭한 연기를 한 것이다.


엄마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뽀네뜨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도한다. 그 행위가 너무나 집요하고 극한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뽀네뜨의 아픈 마음을 이해해 주던 사촌과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에 찾아간 묘지에서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무덤에 구멍을 내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때 엄마가 나타난다. 엄마의 환영과 뛰어 논 뽀네뜨는 엄마의 죽음을 이내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엄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항상 밝게 살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다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아이들의 세계를 존중하지 않고 어른 중심으로 살아간다. 또한 존중한다고 하면서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거나 이기적으로 키워서 실제로는 제 아이만 존중한다. 우리사회에서 뽀네뜨와 같은 아이는 엄마가 없다고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동네 부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난 아빠는 처음에는 뽀네뜨를 이해하다가도 왜 이렇게 속을 썩이냐고 야단을 칠 것이다. 아빠가 재혼하면 아이들은 계모를 둔 아이라고 또 따돌리고, 재혼을 안하면 엄마 없는 아이라고 따돌림 할 것이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난다. “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물으면, 난 대답을 ‘예’라고 해야할 지 ‘아뇨’라고 해야할 지 아니면 ‘몰라요’라고 해야할 지 생각하고 있는데, ‘얘! 너 어른이 물으면 빨리 대답해야지’하고 소리 지르거든요. 그래서 내가 아이인 게 너무 싫어요”


정말로, 이 영화는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보면서 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얼마나 아이들의 사고를 존중하려고 했던가, 그저 공부 잘하고 눈치 빨라서 손해보지 않는 그런 아이로만 키우려고 하지 않았던가에 대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이 영화는 어린이의 마음을 영화로 그렸다. 마치 어린아이도 어른과 똑같이 삶의 철학과 목표가 있는 것같이 말이다. 그 목표를 향해 자기 방식대로 세계와 투쟁해 나가는 방식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 / 김응수 (영화감독『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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