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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오래 살 사람2005.07.08 22:36
결국은 오늘 아이 눈에서 눈물을 쏟게 했네요....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런저런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중 학년회의 하고 와보니 또 도망을 갔더군요
내일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하나 머릿 속에 그 생각만 맴돌아
오는 길에 서점에 잠시 들렀어요(늘 이럴 땐 책에 의지하게 되요..)
그러나 책은 눈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서점만 몇 바퀴째 돌고 있는데 전화가 오길래 봤더니 아이더군요.
저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으니 아주 차가운 목소리였을 거에요.

선생님이 자기만 잘못한 걸로 몰아가니 화가 났다더군요.
내가 잘못한 게 뭔지 말해봐.. 이런 또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아이가 하는 말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단 말이에요..
말 함부로 하지마.
함부로 하는 말 아니에요 진짜 힘들어서 죽고 싶단 말이에요..
...
너만 힘들어? 왜 너만 생각해? 나도 힘들어 너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너 내가 미워 죽겠지?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너 미워하지 않아.
그건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고.. 나도 억울하다고,,
내가 너하고 이러는게 재밌는 거 같아? 내가 너한테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었으면
너를 데리러 너희 집까지 가겠다고 말해? 야 웃기지마! 내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너희집까지 가는 게 즐거울 것 같니? 어떻게해! 가만 두면 짤리는 게 안봐도 비디오인데
그걸 어떻게 보고만 있어!!!

막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이놈이 갑자기 엉엉 울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 저는 제 가족에 대해 어떤 선생님한테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그건 저의 가장 큰 약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늘 불안하고..
그런데 그걸 선생님한테 들키고 그 이후 늘 소심해지고 불안했어요.
저는 누구한테든 강해보이고 싶은데 가장 약한 부분을 보여서..
오히려 더 짜증나고 화가 나고 흑흑흑..

.
.
.


방금 엄마랑 통화했는데.. 엄마가 나한테 큰소리로 화를 내고 끊었어요.
엄마가 그렇게 끊어버리니까...
나는 이야기할 사람이 없잖아요.
나도 속상해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무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잖아요. 엉엉
그래서 선생님한테 전화한 거란 말이에요 엉엉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난 솔직히 너의 아픔을 몰라. 그래서 미안하고 조심스럽기도 해.
나 스스로가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 니가 그럴 때마다 나는 '너보다 어려운 아이들도 잘하니까 이겨내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다.
그렇지만 강해져야 해. 니가 그 사실을 약점이라 생각하고 숨기고 괴로워한다고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잖아.
그것 때문에 자신을 자꾸 괴롭히지는 마라. 앞으로 어떤 일도 마찬가지고..
..네

니 생각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
선생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진짜 제가 잘못한 거 아는데요.
이제 정말 결석도 지각도 안할 거에요. 성적도 올려서 대학가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할 거에요.
제발 이번 한번만 믿어주시고 넘어가 주시면 안되요?


결국 내일까지 진실한 편지를 한장 써오기로 하는 조건으로 마무리지어졌어요.

마지막엔 서로 웃으면서.. (누가 절 봤으면 싸이코 같았을 것임. 화내다 울다 웃다..ㅋㅋ)

이 아이의 가슴 속에는 얼마나 큰 응어리가 맺혀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나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작은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준 걸까요?
앞으로 어떻게 감싸안고 나가야 할까요?

저는 제가 참을성이 아주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아프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도 끝까지 잘 참아서 아이들과 좋게좋게 지내고 싶어요.
정말 많은 일들로 인해 힘들었고, 슬펐고, 깨달았던 한주였습니다.
이 아이도 저도 이 일로 인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서점 가기 전까진 포장마차에 들어가 소주라도 한병 마시고 싶었다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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