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한국어
지나가다2011.03.18 15:23
생각씨 왈 : 신뢰성이 없어 보입니다...왜냐?
현재의 대학에서 클래식작곡공부하는 학생들은...소나타같은 조성음악을 작곡할
때 7음을 해결하도록 지도받고 있기 때문입니다....님의 입장은 아카데미를 무시하는건가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현대화성음악이므로...여기서 거론할 여지는 없습니다
전통클래식화성학에서는 7화음부터는 불협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재즈는 그렇지 않지요


답변 : 스트라빈스키는 현대화성이므로 클래식음악이 아녀요?
생각씨는 '클래식음악'을 아주 협의적으로만 받아들이는군요.
대학에서 왜 7음을 해결하라고 가르치는지 알아요?
그게 '전통'이기 때문이예요.
왜 전통을 가르치냐고요?
전통을 알아야 혁신을 할 거 아니겠어요?

“왜 꼭 협화음은 불협화음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드뷔시의 말이예요.
물론 생각씨가 생각하는 ‘진정한 음악’이란 오로지 바로크-고전-낭만초기에 한정 되어있으니까 “드뷔시는 현대음악의 시조로 보기 때문에 언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헛소리를 하겠죠.

그리고 국내 음대의 실정을 잘 알아요?
국내 음대 작곡가에서 7화음은 반드시 해결하라고 전통에 입각해서 가르친다고 해서
국내 음대 작곡자들이 철 지난 바로크/고전시대 음악만 죽어라 작곡하는 줄 아세요?(오해하지 마세요. 철 지났다고 해서 그 음악들이 하찮다는 얘기는 아니예요. 저는 바흐 팬이예요.)


“작곡가는 자기 작품이 기존의 계열에 흡수되어 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전통적 장/단음계를 작곡의 재료로 사용하기 싫어하는 이유도 전통적 조성음악의 계열에 흡수되어 버리기가 싫어서이다. 이른바 현대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 작곡가의 대부분은 조성음악 쓰기를 금기로 알고 있다.”

이거 누가 한 말인지 알아요? 이강숙 교수예요.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미국 휴스턴 대학에서 석사학위,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서울대 음악 대학에서 작곡을 가르쳤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을 지낸 분이예요. 말하자면, 한국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라는 얘기죠. 당연히 이 분이 말씀하신 ‘작곡가’는 물론 대중음악 작곡가가 아닌 클래식 작곡가겠죠?
이 분이 말씀하시는 바는 이거예요. 한국의 (클래식)음악계는 고전,낭만시대의 조성음악은 옛것이기 때문에 안 쓴다는 거예요. 그래서 선택한 게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인데, 문제는 이 12음 기법조차 이미 100년이 다 되어갈 정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낡았다는 뜻이예요. 그래서 보다 새로운 차원의 음악을 어쩌고 저쩌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요점은 이겁니다. 생각씨가 말한 것처럼 현 대학에서 전통화성대로 7음을 해결하라고 가르치는 건 물론 사실이지만, 그 현상이 현 클래식음악계가 전부다 생각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스트라빈스키나 쇤베르크 같은 혁신적인 작곡기법을 배제한 채 전통적 양식에만 매달린다는 것 뜻하지는 않아요. (마찬가지로 현재의 유명 클래식기타리스트들이 대학에서 클래식음악만 배웠다고 해서 그들이 프로데뷔 후에 재즈나 대중음악을 무조건 경시하는 건 아니예요.)외려 생각씨가 그렇게도 배제하고 싶어 하는 20세기 음악을 재료로 사용하는 게 대세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화성은 왜 가르칠까요? 이미 얘기했어요. 과거의 것을 알아야 진보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비슷한 예가 있어요. 미대를 가면 데생이나 원근법, 뭐 이런 거 꼭 배우잖아요? 이 거 잘 못하면 대학에도 못 가겠죠? 근데 현시대(또는 20세기) 미술 작품들 좀 봐요. 칸딘스키나 클레나 피카소나 말레비치나....과거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의 미술에 익숙한 사람들 입장에서 이들의 그림이 과연 그림입니까? 누구나 다 권위에 눌려 겉으로만 발설 못할 뿐이지 속으로는 대개 ‘이게 그림이냐...나도 그릴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한 적 누구나 다 한 번씩 있잖아요?(나만 그런가? 나만 나쁜 건가?) 왜 그런 생각이 들까요? 저 같은 미술 문외한들이 보기엔 사진 같은 그림 아니면 다 후져 보이거든요. 근데 이미 19세기에 카메라의 발명으로 인해 실사를 그대로 카피한 듯 한 그림은 의미가 없어졌죠? 그래서 20세기 미술은 여하튼 데생도 필요 없어 보이고 원근법은 무가치하게 느껴지기까지 해요. 잭슨폴락 아시죠? 붓을 뿌려서(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 그리는 화가 말예요. 그림을 순전히 우연에 맡기자는 발상인데 이런 사람에게도 원근법이 필요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마치 음악계의 쇤베르크처럼요.
현재 미대에 다니면서 순수회화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물어보세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처럼 실사처럼 그림 그리는 학생들이 있느냐고. 마치 (클래식)음악계에서 전통 조성음악을 거부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생이나 원근법은 뭐 하러 배우는 걸까요?

음대에서 ‘7음을 꼭 해결해라’라고 말하는 건요, 이런 속내가 함축되어 있어요.
‘만일 니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서 12음기법이나 총렬음악 따위가 아닌, 조성음악으로 활동할 때, 가급적이면 불협음은 해결해라, 그래야 사람들이 편안해 한다.’는.
그런데 7음 해결은 너무 상투적 수법이 되어서요, 요즘엔 그거 어기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씨는 화성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될 십계명 같은 건가요?
화성학의 역사는 곧 정립과 배반의 역사예요. 11세기에는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흔해 빠진 3도 병진행도 금기시 했어요. 듣기에 괴롭다고.
너무 옛날 얘기 아니냐고요? 그럼 근대의 얘길 하지요. 화성학 이전에 대위법이 있었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 대위법에서 금기시 하는 게 뭐예요? 5도 또는 8도 병 진행 금지예요. 왜 이런 규칙이 생겼을까요? 그건 바로 대위법이 <음대 음>, 그러니까 모든 성부를 동등하게 대접한다는 의미(주선율은 주인공, 이외의 것은 엑스트라가 아니라)가 있는 거겠죠(물론 음악기법적으로 그렇게 한다손 치더라도 인지심리학적으로는 주선율(주로 소프라노 성부)이 제일 먼저 인식되기는 하지만요). 사실, 다성부 음악을 작곡해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다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음악이 가장 편안하고 안정되게 들리는 게 사실이예요.
그렇다고해서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들이 이 법칙을 꼭 지켰을까요? 천만에요. 모차르트의 작품엔 병 8도 진행이 나와요(쾨헬 578).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마단조 op.72>에도 병 8도 진행이 나와요. 다리오 미요의 <현악 4중주 4번>에는 소프라노 성부와 베이스 성부가 병 8도 진행을 하고 있어요. 그럼 이 사람들이 과연 병 8도 진행 금기의 법칙을 몰랐을까요?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알면서도 쓴 건 바로 “곡의 조직적인 아름다움에 누를 끼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 주 선율은 음량, 음질을 크고 두껍게 만듦으로써 보다 강조하고자 한다”는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게 세상의 이치겠죠.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라.

그렇다고 이 말을, "그렇게 어겨도 되는 거면 뭐하러 배우냐?"는 식으로 받아 들이면 안 되어요. 예컨대, 다장조에서, 토닉인 C가 나올 때 코드의 구성음이 아닌 '레'음을 길게 뽑아도 그리 불협으로 부딪히지 않아요('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첫 부분). 그러나 '파'음을 길게 끌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져요(한 번 해보세요). 이 경의 '파'음을 보통 '어보이드 노트(회피음)'이라고 배웠는데요, 재즈 화성학 책에 반드시 나오는 얘기죠. 그렇다면, "화성학의 역사는 배반의 역사다"라고 말한 저는, 이 법칙을 따를까요? 따르지 않을까요? 따릅니다. 왜냐고요? 그렇지 않으면 듣기에 불편하거든요. 물론 현재(2011년)의 보편 감성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영원할까요? 혹시 100년이 흐르게 되면 외려 이 어보이드노트가 편안하게 느껴질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나요?
즉, '보편 감성'과 '실험 정신(혁신)'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예술의 역사예요. 이 반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다면 어느 선까지 하는가?


생각씨 왈 : 그리고 하나 더 물어볼게 있습니다
다장조에서 1도화음 (도 미 솔)의 대리화음은 어떻게 됩니까?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지 궁금하네요. 뭔가 끝없이 반론거리를 만들고 싶어서 질문하는 것 같은데요, 진심으로, 진심으로 궁금하시면 화성학 책....아니, 그냥 음악 통론책 보세요, 거기에 자세히 나옵니다. 어디 토닉만 나와요? 도미넌트, 서브도미넌트도 소개해줘요.

예의상 힌트는 드릴게요. 1도 3화음(트라이어드)에서 장3음 하나 더 쌓으면 CM7코드 나오죠? 구성음은 이래요. <도-미-솔-시>. 이 구성음을 잘 살펴보세요. <도미솔>은 1도 화음, 즉 C코드고, <미솔시>는 3도 화음, 즉 Em죠?
6도 화음(Am)에 단7도 음 하나 쌓으면 Am7코드가 되죠? 이 코드의 구성음은 <라도미솔>이죠? 이 구성음을 분석했을 때 <라도미>는 Am코드이고, <도미솔>은 C코드라는 걸 알 수 있죠? 대리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죠?
그래서 그냥 3화음(트라이어드)이든, 7화음이든 “기능은 똑 같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클래식과 재즈는 본질적으로 화성의 처리법이 다르다”고 말할 수가 없는 거고요. 만일 생각씨가 떡볶이에 치즈를 넣었다고 해봐요. 그럼 이 요리는 떡볶이가 아니예요?

클래식과 재즈의 화성이 같냐고요?
본질적으로는 같아요. 단 부수적으로 다른 것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음악적 차이예요. 예컨대, 비발디는 결코 장3음과 단3음이 공존하고 있는 C7(#9)코드는 결코 사용할 수 없었어요. 장단조의 구분에 따라 그런 코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으므로. (구성음을 볼까요? 도미솔시b미b이예요. 장3도음과 단3도음이 공존하고 있죠?)
그러나 블루스의 영향으로 그런 코드는 이젠 일상이 되었어요.
롤랑디앙의 <왈츠 앤 스카이>아시죠? 거기에도 E7(#9)코드가 나와요. 예컨대 멜로디는 '솔'을 연주하지만 반주부는 '솔#' 이런 식으로...(이런 건 얼마전에 사망한 게리무어의 <스틸 갓 더 블루스(이 음악은 별로 블루스답지는 않죠?)>에도 나와요). 근데 이 블루스야말로 역사적 산물이죠? 서양 백인들이 아프리카의 원주민을 인신매매해서 노예로 삼고 한을 흑인영가로 승화시켜...어쩌고 저쩌고....

왜 역사 얘기를 꺼내냐면요, 음악은 <고전-낭만>이라는 좁은 틀에서 봐야 하는 게 아니고
역사라는 거시적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예요.
앨런와츠의 말처럼 고작 양동이 물 몇 바가지 퍼 올린 것에 불과하면서
강을 운운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아, Hm님, 물론 퍼가셔도 좋습니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