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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개념어정리2009.01.22 15:40
'쉽게'님의 말씀에 어느정도 공감하고요.
제가 위에서 '개란 개념은 짖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OCH님께서 통기타,클래식기타핑거스타일 등의 개념에 대해서 질문을 하셨고
저는 이에 대해 "직접 부딪히며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듯 합니다.실천이 따르지 않는 개념정의로는 모호함 투성이"라고 답변을 드렸는데 그 이유는 이래요.

아주 어려서부터 무인도에서 자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마치 영화 '블루라군'처럼.
(여기서 '무인도에서 자란 아이'를 상정(想定 )하는 이유는 고정관념의 완전한 배제를 위해서입니다)
이 아이가 성장하여 우연히 지나가는 배에 의해 구조되어 세상으로 편입됩니다.
어느날 이 아이가 '스포츠 뉴스'를 보고는 의문에 사로잡힙니다.
'대체 스포츠란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라고요.
세상에 편입되어 세상에 섞이며 지내다보니 다소 감은 잡힙니다.
처음에는 축구나 농구 경기를 보고 '아, 스포츠란 공을 이용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레슬링이나 유도를 보고는 또다시 혼란스러워 합니다. 공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그래서 이번에는 '몸을 사용하고 부딪히며 쌍방간 직접적으로 승부를 가리는 행위'라고 정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체조나 피겨를 보니 몸을 부딫히지도 않을 뿐더러 상대방과 마주치는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포츠란 몸을 사용하여 직,간접적으로 승부를 가리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피아노 콩쿨 역시 몸을 사용하여 승부를 가리는 행위(콩쿨)가 있다는 걸 머잖아 알아차립니다.
더불어 각종 미술대회 또한 몸을 사용하여 승부를 가리는 행위가 존재함을 알고는 다시 정의합니다.
'요리나 음악이나 그림을 제외한 육체적 행위들의 총체'라 규정하지만 또다시 모호함에 빠집니다.
'펜싱에서 칼이라는 도구는, 축구나 농구에서의 '공'과 같은 도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칼은 요리대회의 그것과 닮아 있지 않은가'라고.

저는 음악 쟝르나 기타의 규정에도 비슷한 과정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gmland님의 기타들의 개념어 정리는(강선기타/연선기타)
기타를 구분하는 기준을 '현'으로 삼은 것인데
'현'이라는 것이 음색의 상호간 이질성을 부여해주는데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하므로
나름 일리 있는 구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클래식기타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연주가가 통기타를 연주하고 싶은데
네크가 너무 가늘어 연주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기존의 클래식기타의 몸통에 통기타의 철선을 끼워서
사용합니다. 이 경우 이것은 클래식 기타가 될까요, 아니면 통기타가 될까요?
강선/연선(스틸선/나일론선)의 기준에 따르면 이것은 당연히 강선기타가 되어야 하는데
'현'이라는 것이 음색의 차이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타의 명칭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이
문제는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더불어 일렉트릭 기타와의 형평 문제도 고려해야지요.
일렉트릭기타도 엄연히 강선을 사용하므로 강선기타에 포함되는데
이 경우 일반적인 통기타와의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그래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일렉기타는 '전기를 사용하는 강선기타'라고 정의 한 후 '전기강선기타'라고 명칭을 부여할 경우
통기타에 픽업 장치 부착한 기타와의 구분이 모호해지지요.
그래서 이 모호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는 기타몸통(바디)의 내부가 비어있는 경우를 일반적인 통기타인'강선기타'라 정의하고
전기를 사용함과 동시에 바디가 꽉 차있는 기타를 '전기 강선 기타'라 명명하면
비비킹이 사용하던 '루씰'같은, ES 335같은 기타는 속이 꽉 차 있지 않으므로 이 경우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루씰'을 통기타로서의 '강선기타'라고 정의 하는 것은 부당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와의 구분을 '현'의 이질성을 기준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기기타에는 '현'아닌 '전기'나 '바디 형태'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왜 클래식기타와 통기타를 가름하는 기준은 '현'이 됨에 반해 통기타와 일렉기타를 가름하는 기준은 몸통이 되느냐? 왜 이중 잣대가 적용되느냐?'하는 문제제기가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덧붙여,
'클래식기타 현을 착용한 일렉트릭 기타는 뭐라 칭해야 하는가? 현을 기준삼아야 하는가 아니면 바디 형태를 기준삼아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생깁니다.

즉, 문제는 '기준점'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래서야 '기준점'이라고 부르기도 뭣합니다.

'개라는 개념은 짓지 않는다'
누렁이, 흰둥이, 상근이.....등의 '개별자'는 존재하지만
'개'라는 '보편자'는 없다는 뜻입니다.
생물학적 규정의 잣대로 반박이 가능하다면 이건 어떨까요?
'스포츠란 개념은 운동하지 않는다'
농구,야구,축구,유도,펜싱,승마...등의 개별자는 존재하지만
'스포츠'자체, 그러니까 '스포츠라는 보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는 기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타의 '본질'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에 내재한 '보편성'을 규정하는 것은 '현'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처럼 아주 모호한 일입니다.
'새벽'을 정의하기와 마찬가지죠.
아침과 밤의 중간 영역을 새벽이라 칭하면.
그 중간지점인 새벽과 아침의 중간지점은 무엇이라 규정하며,
또 그 중간지점과 아침의 중간지점은......

개념정의가 모호할 때는
위의 '쉽게'님 말씀처럼 개념에 대한 대략적 그림만 머리속에 넣은채로
사회적 협약(?)에 따라 클래식기타는 클래식기타로,
통기타는 통기타로,
핑거스타일은 클래식기타의 그것과는 구분되는 개별자로 이해하면 될 뿐일지도 모릅니다.

고로, 위의 '쉽게'님께서 말씀하신
"다른 관점에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용어라는 것은 그냥 관용적으로 쓰입니다.
따지고보면 틀린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런 의미로 쓴다는 뜻입니다."
라는 의견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따지자면 '새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냥 관례적으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일출 직전을 '새벽'이라 칭합니다.
쓸데없이 미분화해서 개념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으므로.

또 다른 예로 우리는 쉽게 '기타를 친다'고 얘기하는데
'친다'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손이나 손에 든 물건이 세게 닿거나 부딪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리듬스트로크의 경우 피크 등으로 현을 말그대로 '치기'때문에 기타를 '친다'고 표현합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클래식기타의 경우 이러한 리듬스트로크는 스페인 계열의 음악을 제외하면 아주 간혹 쓰일 뿐
연주법의 95%이상이 줄을 '치는'것과는 거리가 있어요.
고로 클래식 기타의 경우 '기타를 친다'라는 표현은 부적절한 이야기라는 의미일텐데요.
구태여 표현하자면 '현을 뜯다'라고 해야할텐데
탄현법이 오로지 '현을 뜯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 또한 타당한 것은 아닙니다. '당겨 퉁기는'경우도 있으므로.
만일 '당겨치다'라는 표현에서 '치다'라는 말의 타당성을 입증하려 해도 무의미합니다.
클래식 기타에서 현실적 행위로써의 '당겨치다'라는 것은
현에 압력을 가한 후 퉁긴다는 의미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치다'라는 개념과는 차이가 많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례대로 통기타든 클래식기타든 '친다'고 말하고
이러한 관례에 따라 '치다'의 사전적 정의는 '손이나 손에 든 물건이 세게 닿거나 부딪게 하다'에서 '손이나 물건 따위를 부딪쳐 소리 나게 하다'로 확장되게 되는 것이겠지요.


고로 '쉽게'님의 "잘못된 용어이지만 그냥 그렇게 쓰입니다."는 것, 언어란 논리 이전에 관습적 약속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포크기타'는 포크음악만 연주하는 것은 아니므로 잘못된 용어이지만
관례적으로 그렇게 이름을 부여하도록 약속된 것이므로 '그 용어의 사용은 잘못 되었으므로 이제는 사용하지 말자'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족발'이라는 단어 또한
'발'을 뜻하는 단어가 2개나 나오는 동어반복의 구조이므로 잘못된 것이고,
더불어 '발'은 반드시 돼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소의 발이나 닭의 발로 만든 요리도 '족발'이라 명명해야 옳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족발'은 잘못된 말입니다만
우리는 그냥 돼지발을 생강과 된장을 넣고 삶은 요리를 '족발'이라 부르기로 합의한 것이므로
그 단어의 타당성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은 너무나 광범위한 범위의 국어 개량 작업을 요구하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만일 기타라는 악기를 학술적 측면으로 파악할 수 있고
학술적인 측면에서 용어의 오용은 개념의 혼동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라
'족발'과는 다른, 보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용어를 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기타 자체가 어느날 어느 시기에 갑자기 무에서 유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역사의 기나긴 흐름 속에서 아직은 기타라 이름 붙이지 않았던 어떤 현악기에서 점진적으로 진화해온 것이기 때문에 주지했다시피 '기타의 본질'을 규정하고 '기준점'을 정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클래식기타/통기타' 의 범주가 맞지 않는 용어 정의보다는
'강선기타/연선기타' 처럼 범주가 잘 맞는 용어 정의가 확실히 더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족발'이 불합리해도 사회적으로 그렇게 통용된다면
이를 어느날 갑자기 '족발'이 아닌 '돈발' 또는 '돈족'이라고 용어를 바꾸자고해도
그게 두루 통용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물론 차후에 '족발'이나 '통기타'라는 용어 자체가 소멸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일례로 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보면-검열이라는 난도질 때문에 수작이라는 명성이 뻘쭘해진 영화지요-주인공이 "나는 나중에 빨뿌리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거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빨뿌리'는 담배파이프를 의미하는,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사어(死語)랍니다).


글을 보충하느라 리플의 앞뒤 순서가 바뀌었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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